水滸志를 끝내면서 愛讀의 四年感謝합니다.
독자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 이탁오본을 저본해 120회본으로 나머지는 단행본 4권에 이어
「수호지」를 본지에 게재하기 시작한 지 어언 4년 오늘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읽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를 드리오며 아울러 오늘로써 일시 지상과는 나누어져야 하게 된 일을 못내 섭섭하게 생각는 바입니다. 나뉘는 자리에 있어서 수호지란 소설의 사정을 약간 말씀드리고 아울러 게재를 쉬지 않을 수 없는 경위를 설명 드리면서 여러분의 용서를 빌까 하는 것입니다. 졸저 을유문화사판 「수호지」제1권 권두에 해제가 실려 있으니 읽으신 분은 이미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만, 여기에서는 수호지의 이본의 종류에 관해서만 이야기 하고 겸해서 필자가 쓰고 있는 이 수호지가 어떤 것을 저본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여러 문헌을 상고해 보면 같은 이름의 수호전이라 해도 100회 본, 110회 본, 115회 본, 무회본 여기에다가 청초에 김성한이 개작한 70회 본 등의 많은 종류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많은 종류 중에서 어느 것이 진본이냐 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만, 김성한의 70회 본이 위작이라는 것을 먼저 말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왜냐하면, 오늘에 흘러 다니고 있는 수호지 는 것의 모두가 이 김성한의 70회 본이기 때문입니다.
이 방면에 정통한 학자들의 말을 들으면 성한은 정본 120회를 70회로 싹득 잘라서 이것을 고본이라 하고, 도리어 그 이상의 긴 것을 사족의 속본이라 했다고들 합니다. 더구나 성한은 70회 본을 정본이라 하기 위해서 다른 책에는 없는 시내 암의 서문까지 붙였지만, 이것은 당치도 않는 그의 손장난이라 할 것입니다. 정본은 180인의 영웅호걸이 양산박에 다 모이고 나서도 송강등은 조정의 초유에 응해서 절을 고치고 나라에 충성을 다하는 것입니다. 북은 거란, 남은 방랍을 정복해서 대공을 세우지만, 다수의 호걸들을 이 역에서 잃고, 또 당년의 영걸들이 뿔뿔이 헤어져 부통령 노준의와 통령 송강등 계속해서 ○인의 독수에 넘어지기까지의 비참한 말로를 그린 것이나 김성한의 70회 본이란 것은 호걸들이 각자의 운명을 가지고서 양산박에 낙초하러 가는 과정만 그리고 만 것입니다. 정말 본격적인 소설이라면 이렇게 이야기의 발전 도중에서 끊어질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성한은 갑자기 끝을 맺기 위해서 정본에는 없는 이야기, 즉 정본으로 말하면 제71회의 국화 안의 앞 180인의 호한들이 피를 마시면서 맹세하는 데서 끊어 그 뒤에다가 노준의 꿈 이야기를 붙인 것입니다. 그 꿈이란 것은 노준의가 자고 있는 곳에 한 사람의 키 큰 사내가 잡으러 옵니다. 저항을 해 보지만 무기가 다 부러져서 쓸 수가 없었기 때문에 노준의는 관소로 끌려갑니다. 심문이 시작되려고 한 즉 밖에서 사람들의 우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것은 송강 이하의 107인이 모두 결박이 되어서 들어오는 것입니다. 노준의가 놀라서 까닭을 물으니 단결주가 당신을 구해낼 방도가 없었기 때문에 송강은 군사오용과 상의를 해서 조정에 귀순을 요청해 당신의 목숨을 구해내자고 한 것이라 하는 것입니다. 그랬더니 관원은 책상을 치면서 욕하고 목자르는 행형자를 부릅니다. 곧 216인의 목자르는 관인이 나타나서 둘이서 한 사람씩 송강, 노준의 이하 108인을 참수형에 처하고 맙니다. 노준의가 놀라 꿈을 깨어 당상을 쳐다보니 거기에는 천하태평이라 대서한 패액이 붙어 있더라 하는 이야기입니다.
여하거나 이 70회 본이이 생기고 나서는 중국에서도 타본은 거지반 흔적을 감추고, 이래 300년간 오직 이 책만 유행해졌다고 합니다. 까닭은 여러 가지가 추측되고 있습니다. 청대에 있어서는 이 소설이 금서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양이 많은 것보다는 양이 적은 게 비밀출판을 하기에 편리했을 것이란 추측. 일반층이 낮은 독자들로서는 120회나 되는 장황한 것보다는 70회본 쯤이 홀가분하고 권태가 없었으리라는 추측. 후반의 종말이 가까워질 때 가서는 독자들의 깊이 기대하던 인물들이 자주 죽게 되니까 자연 그것이 싫어져서 70회 본을 택하고 말았을 것으로 추측하는 등등입니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것도 모두가 70회 본인 것입니다. 오늘날 가장 믿을 수 있는 정본이란 것은 이탁오본「충의 수호전서」란 것이 정평으로 되어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유행되고 있는 것은 120회 본의 제1회분인 「장천사기○온역 홍태위오주요마」를 서곡의 양자로 하고 끝에다 노준의의 꿈, 이른바 「양산박영웅○악몽」을 붙인 김성탄의 70회 본과 당초에 그 제1회분인 「장천사…」를 빼고 또 맨 끝의 「…경악몽」도 빼고서 그냥 피를 마시면서 맹세하는 것으로 끝맺음 한 것과 김성한 본을 조잡하게 초역한 것 등 수3종이 있습니다. 그래서 필자는 이 「수호지」를 게재하면서 우리나라에 120회 본을 소개할 것을 처음으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것은 수호지의 본고장인 중국에서도 드물고 가까운 이웃 나라인 일본에서도 그네들 대정년간에 행정로반 박사가 문어체로 한번 번역해 낸 것밖에 없는 사실 등에서입니다.
그러나 필자 적시 이탁오본을 자본으로는 하면서도 몇 가지에 손을 달리한 것이 있습니다. 작중 공손승같은 사람은 자주 축지법을 쓰고 도술을 부리고 하지만 이런 허황한 장면은 그것이 중국소설다운 묘미는 있다 하더라도 되도록 신을 내어서 쓰는 필법만은 돌려서 그런 류의 이야기인 제1회의 「장천사」도 일부러 빼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관명, 무기명 등 별 필요 없으면서도 기억하기에 복잡한 것은 알기 쉬운 것으로 통일 혹은 줄이기로 했습니다. 일반 독자의 편의를 생각해서입니다.
또 한가지 글자대 조식의 번역습성을 완전히 버렸습니다. 소설은 곧 묘사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이야기 줄거리만으로서 얽혀져 있는 그 원저에서 소설의 세계로 끌어내 와 본 것입니다. 이 시도가 성공했다면 필자의 공이 되는 것이고 실패를 했다면 당연히 질책을 받아야 할 점인 것입니다.
그런데 독자 여러분께 용서를 빌어야 할 일은 이 소설이 연재 도중에서 단행본으로 간행된 일입니다. 을유문화사와의 사이에 말이 되어서 이미 세 권을 내고 또 불원하여 나머지 두 권이 나오게 된 그 일입니다. 연재를 끌어내기도 전에 단행본을 간행한다는 것은 당초부터 독자 여러분께 대한 예의가 아니라, 계획대로 120회 본을 이어나간다면 앞으로도 2년 가까운 시일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또 신문사의 사정도 있어서 여기서 일단 중단을 하고, 남저지의 계속을 단행본으로 옮겨가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인 것입니다.
그래서 이왕 중단은 하더라도 70회 본식의 끝맺음, 곧 양산박 대취의의 다음의 「…경악몽」으로 대신할까도 생각해 보았으나 그것이 위작인 줄을 알면서 당초부터 그럴 도리도 없는 것이고 해서 아무튼 쉬기는 쉬어야 하는 형편이므로 예정한 바도 없이 끊어지는 대로 동창 부의 몰우밀장청이 노준의의 군사와 싸우는 도중에서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독자 여러분께서는 경위가 이러함을 널리 양해해 주시고 계속해서 읽어주실 분은 불일내로 나오는 단행본의 제4권부터 이어 접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신문제재가 끝나지 않은 관계로 제4권이 오늘토록 늦은 것도 아울러 사과드립니다만 부산에서 방송하는 HLKU의 「수호지 낭독」과 서울에서 방송하는 HLKY의 「수호지 낭독」만은 그대로 계속해서 할 생각으로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오래전부터 꽤 해오던 120회 본의 현대어 전역이 금년 봄에서야 비로소 나오게 되었습니다만 독자 여러분의 과분한 성원으로 해서 불원 제4, 5권까지 나올 필자 졸필의 「수호지」도 우리나라에서는 최초의 120회 본이 되겠습니다. 여러분과 그리고 오랫동안에 걸쳐 지면을 열어준 부산일보사에 감사를 드려 마지않는 소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