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글밭] 쌀 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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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곡식을 돈 주고 사다

쌀을 「사러」가면서도 「팔러」간다고 하는 말은 다분히 사회학적인 의의를 가진다. 사회적인 지체 때문에 아침을 굶고도 굶었다 할 수 없는 것이 군자의 도리란 윤리관에서, 실은 쌀을 「사러」가면서도 「팔러」간다고 한데서 온 표현으로 보기 때문이다. 어느 저널리스트의 말이다.

사전에서도 「팔다」를 「남의 곡식을 돈을 주고 사다」로 풀이한 것처럼 오늘날 우리말에는 「쌀사다」가 「쌀팔다」로 도착(倒錯) 사용되는 일이 있는데 이런 현상은 17세기부터 있는 현상이다. 우리는 옛날 또 다른 뜻을 가졌던 말을 오늘날의 뜻으로만 풀이함으로써 그 본뜻을 잘못 알 때가 더러 있다.

이에 우리는 옛문헌에 쓰인 「팔다」의 뜻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팔다」가 오늘날에는 「돈을 받고 그것을 남의 것으로 만들다(물건을 팔다)」의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옛 문헌들엔 오늘의 「팔다」의 뜻만이 아닌 「흥정하다」의 뜻으로도 쓰이고 있는데 「역어유해(譯語類解)」(1690)에 보이는 「쌀 팔아들이다/쌀 내어팔다」란 말은 「쌀을 흥정해 가져 오다\쌀을 내어다가 흥정하다」의 뜻으로 쓰인 것이다.

이처럼 옛 문헌에도 「쌀을 사들이다」라는 쓰지 않고 「쌀을 팔아들이다」로 쓰고 있는데, 여기서 「쌀팔아오다」가 하나의 숙어로 굳어져 마침내는 「사다」의 대신으로 「팔다」가 쓰이게 된 것이다. 「쌀사다」가 「쌀팔다」로 쓰이게 된 연유는 여기에 있는 것이다.

류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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