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美서 出刊된 前 蘇 외상 그로미코 회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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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과오만 언급 蘇 책임 緘口

외무장관 재임 28년(57~58년)간을 포함하여 작년 7월 작고하기 얼마전까지 근 반세기 동안 소련 외교를 이끌었던 안드레이 그로미코 회고록이 최근 美國애서 출간됐다.

이 책은 88년 소련에서 러시아어로 출판됐던 영문판으로 많은 서방세계 사람들, 특히 미국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로미코는 전후의 이른바 동서냉전 구조아래 한쪽 당사자인 공산권 외교의 주역으로서 서방진영 외교주역인 미 국무장관 14명을 상대로 무수한 협상을 벌이면서 크고 작은 역사를 창조해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회고록에서도 살아생전 줄곧 견지해 온 냉혹할 만큼 철저한 자기 방어와 자기합리화를 되풀이하고 있다.

「인생의 길의 출발점에서」로 시작하여 「포츠담」 「유엔창설」 「냉전의 최전선에서」 「닉슨으로부터 레이건까지」 등 20개장으로 구성돼있는 이 회고록에서 그로미코는 미국 쪽의 과오와 책임을 주로 얘기할 뿐 자신과 소련정부 지도자들의 그것에 대해선거의 언급이 없다.

그는 동서냉전이 본격화한 근원을 49년4월의 북대서양 조약기구(나토)의 창설에 두고 있으며 나토 창설의 주역으로 당시 미 국무장관이었던 딘 애치슨을 꼽았다.

그로미코는 이 회고록에서 50년 한국전쟁 발발 당시 어떤 연유로 소련이 유엔안전보장 이사회에 참석지 않아 결과적으로 유엔군을 한국에 파견토록 허용했는가 하는 의문에 대해 당시 소련권력자 스탈린이 이 문제에 감정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엔안보리가 열리기 전날 밤 스탈린이 『유엔대표에게 어떤 지시를 내리는게 좋겠는가』라고 물어 안보리의 어떤 조치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지시하라고 건의했으나 스탈린이 이를 무시했다고.

그로미코에 의하면 자신이 스탈린에게 『소련대표가 참석지 않을 경우 안보리는 유엔군 파견 등 소련에 불리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려줬으나 어쩐 일인지 당시 말리크 유엔대표에게 불참을지시해 버렸다는 것.

83년 8월말(미국시각)의 대한항공(KAL) 여객기 격추사건에 대해서도 비교적 긴 설명을 늘어놓고 있으나 대부분 그들이 종래 주장해온 대로 장시간 영공을 침범한- 그것도 군사적으로 주요한 지역의 영공을 미국의 정보 수집을 돕기 위해-남의 나라 비행기를 가만 보고 있으란 말이냐는 식의 항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다만 당시 美國 측 협상대표인 조지 슐츠 미 국무장관의 태도가 매우 완강해 애를 먹은 것으로 회고하고 있다.

그는 14명의 미 국무장관과 각종 협상을 가져왔으나 슐츠 장관과의 KAL 여객기 격추에 관한 논쟁이 아마도 가장 격렬한 것 중의 하나였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스스로 골수 공산주의자라고 말해 왔고 전후 6명의 공산당 최고지도자를 도와 소련 외교를 이끌어온 그의 스탈린에 대한 회고는 매우 착잡하다.

2차 세계대전 중 스탈린이 보인 反파시즘 운동, 연합국의 일원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끈 공적에 대해선 높이 평가하나 전제정치를 펴 수많은 무고한 민중을 학살한 죄과에 대해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상반된 평가를 하고 있다.

미국 내 많은 사람들은 그로미코의 이 같은 입장을 권력의 틈바구니에서 잘도 살아남은 인물답다는 부정적 견해를 보이고 있으나 전문관료인 그로서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동정론도 있다.

그로미코는 고르바초프에 의해 85년 외무장관직을 박탈당하고 명목상의 국가원수직으로 비교적 푸대접을 받았으면서도 고르바초프가 추진하고 있는 제반정책을지지 찬양하고 있다.

그것이 과연 진심인지 스탈린 이래 6명의 국가 원수를 섬기면서 몸에 밴 현실긍정의 버릇 즉 처세술의 일환인지는 알 길이 없다.

그리고 또 그는 마르크스 엥겔스 레닌의 공산주의 이념을 굳게 신봉하며 세계역사도 그들이 확립한 공산주의 이념에 의해 지배되고 만다는 주장을 거듭 펴고 있으나 지난 1년간 그의 조국과 주변 공산국가들에서의 격변을 목격했다면 그 같은 주장을 늘어놓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는 프랭클린 루스벨트에서 로널드 레이건까지 9명의 미국 대통령을 직접 만나 여러 차례 대화를 가진 바 있는데 「항상 확신과 결의에 차 있었으며 용감했던」 루스벨트 대통령과 「탁월한 지식과 성실성을 겸비했던」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특히 기억에 남는 인물로 꼽았다.

(워싱턴 聯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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