宗敎人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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狐疑不信(호의불신)



어느날 아버지 여우가 말했다. 『우리 여우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살구기름이다. 하나 살구기름을 잘못 먹으면 목숨을 잃게 된다. 그러니 우리 가족은 절대로 살구기름이 묻어있는 그 어떤 것도 입에 대어서는 안된다』라고 가족에게 훈시하였다.

그 훈시를 들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들 여우는 외톨이가 되어 산을 어슬렁거리며 마을쪽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아, 그런데 이게 무슨 냄새란 말인가? 살구기름 냄새가 아닌가.」 아들 여우는 가슴이 설?다. 「내가 좋아하는 살구기름이 있다니.」 여우는 그 기름 냄새 나는 곳을 곧 찾아냈다. 살펴보니 자기가 좋아하는 살구기름이 발린 호두가 속살을 내 보이며 있는 게 아닌가. 그러나 지난날의 아버지 훈계가 떠올랐다. 「아니다. 살구기름이 묻어있는 저것을 먹었다간 죽게 된다. 나의 아버지 어머니 형제들 사랑하는 자매들 모두 저것을 먹고 죽었다. 그러니 나는 결코 먹지 말아야지」하면서 아들 여우는 다짐을 하고 얼마큼 걸었다. 그러나 바람결에 날아오는 그 냄새를 잊을 수가 없었다. 그는 살구기름 냄새의 유혹을 못 잊어 「그래 구경이나 하고 가자. 구경하는 것은 괜찮겠지」하고 구경을 하기 시작했다. 참으로 혀가 동했다. 여우는 다시 생각했다.

「그래 저 호두알 속에 독이 있지 기름이야 어떠랴」면서 혀로 기름을 조금 핥아 먹어 보았다. 기가 막히게 맛이 좋았다. 여우는 황홀할 지경으로 기분이 좋았다. 「그렇다. 기름이나 다 먹고 가자. 내가 좋아하는 것이 아니더냐.」

그러다가 여우는 호두의 속살 조금을 먹어 보기로 하였다. 「조금 먹는다고 죽나.」 이제 여우는 호두까지 조금 먹으니 정말 미치게 좋았다. 이제 여우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에라 모르겠다. 이 맛있는 호두를 먹어버리자」하고 그 호두를 다 먹고서는 그 자리에서 피를 토하고 그만 죽고 말았다.

아마 사람도 이 여우와 다름이 없지 않을까. 하지 말아야 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자꾸 빠져들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의지력이 아닌가 한다. 「孤疑不信」이란 바로 금강경에 나오는 여우의 믿지 못하는 마음을 말한 것이나 우리 모두에게도 그러함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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