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로 보는 문화] 未 連(아닐 미/익힐 련)
사랑이 꽃이라면, 미련은 떨어져 구르는 꽃잎같은 것
레바논의 시인 칼릴지브란은 일찍이 "사랑은 계절없이 피는 꽃이다"라고 말했었다.사랑의 감정은 남녀노소에 관계없이 언제나 싹이 트고 불붙을 수 있음을 말한 것이다.
그러나 피어있는 꽃은 아름답지만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은 꽃이 만개했을 때의 아름다움 이상으로 처연하다.이루어지지 못할 비련(비련)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사랑의 꽃이 지고난 뒤 잔바람에도 쓸쓸히 땅 위를 구르는 꽃잎같은 것이 미련(미련)이다.미는 아직 그러하지 아니하다 는 뜻이고 련은 익숙하다 는 뜻이니 아직은 익숙하지 못하다 는 것이 미련의 본래 의미이다.이별의 아픔에도 익숙함이 필요하다는 뜻이런가.
"해지면 장탄식하고 촉백성(촉백성:두견새의 울음소리) 단장회(단장회:애끓는 마음)라/일시(일시:한때)나 잊자했더니 궂은비는 무슨 일고/가뜩에(가뜩이나) 다 썩은 간장(간장)이 봄눈 스듯(없어지듯) 하여라."
어느 시조시인은 끝내 미련을 버리지 못해 탄식과 자괴감으로 긴긴밤을 지새우는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었다.흔히 말하듯 썩어 문드러진 마음이 봄눈 녹듯 사라지면 좋을 것을 잠시도 잊질 못하고 내내 가슴만 태운다는 것이다.
미련이 남는 것이 어디 남녀간의 사랑뿐이겠는가? 돈,명예,권력,못다이룬 꿈,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직장 등등.뒤돌아보면 온갖 것들에 다 미련이 남을 수밖에 없다.끊어야 할 생각을 끊지 못하고 떠나보내야 할 사람을 떠나보내지 못하니,어찌 고통스럽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하고서도 어찌 미련하다는 비난을 면할 수 있으리오.
련에는 걸러서 가려내다 희다 는 훈도 있다.모든 기억을 남김없이 지워버리고 흰 명주처럼 하얗게 만들지 못한 것이 미련이라는 뜻이리라.이런저런 감정들을 다 걸러내고서 아름답고 소담스런 부분만 오롯이 남겨두어야 할텐데,그러지를 못하니 미련하다는 뜻이리라.
지지않는 꽃이 없듯이 땅에 묻혀 사라지거나 햇볕에 말려져 산산히 부서지지 않는 꽃잎은 없다.시든 꽃잎같은 미련과 집착 역시 언젠가는 그렇게 세월에 묻혀지거나 또 다른 삶의 열정에 말려지고 부서져서 사라질 것이다.다만 아직은 을 언제까지 지속시키느냐가 문제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