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10.26을잊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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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거주 김재규씨 조카 김승수씨 20주년 맞이 회고

10.26사건 20주년을 맞아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조카 김승수씨(오른쪽)가 26일 본사 기자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영수기자 yskim@

"이젠 10.26을 잊고 살고 싶습니다.일반 시민들의 뇌리에서도 10.26이란 사건이 잊혀지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지난 79년 박정희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조카 김승수씨(34.부산 해운대구 우1동)는 벌써 20주년을 맞이하는 10.26이지만 남다른 감회는 없다는 듯 의외로 담담하게 당시를 회고했다.

10.26이후 승수씨 가족은 1년간 무장한 군인 2명이 매일 감시하는 가택 연금 상태속에서 생활했고 사건 이후 수년간을 정보당국의 도.감청속에서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당하면서 살았다.

승수씨 가족이 이처럼 당국의 감시를 받았던 것은 8남매의 차남인 승수씨 아버지 항규씨(97년 사망)가 바로위 장남인 김부장과 일주일에 서너번씩 아침 식사를 함께 할 정도로 친하게 지내온데다 당시 건설업을 하던 항규씨가 각계 각층에 유력인사와 친분관계를 유지하는 등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10.26 이후 항규씨는 건설업체를 비롯한 전재산을 몰수당했고,강원도 태백산 사찰에서 2년여동안 은둔생활을 하면서 승수씨 가족은 뿔뿔이 흩어졌다.

승수씨 부모는 주위의 차가운 이목을 피해 82년 부산으로 내려왔고,약사 자격증을 갖고 있던 승수씨 어머니가 조그만 약국을 운영하면서 생활해 왔다.승수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85년 부산으로 내려와 가족들과 합류했다.

승수씨는 조부가 세상을 떠났을 때 삼년상을 치렀을 만큼 효자였던 것으로 김부장을 회상했다.

또 10.26 이후 수년이 흐른 어느날.승수씨는 아버지 항규씨로부터 "부마항쟁이 발생했을 때 부산에 내려갔던 김부장이 이후 10.26 발생까지 동생인 자신을 전혀 만나주지 않았으며,아마 이때 10.26을 마음속으로 결정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부산에서 조그만 자영업을 하고있는 승수씨는 "10.26의 역사적인 평가가 어떻게 내려지든간에 가족들에게 그 사건은 큰 상처로 남아 있다"며 "그때 일이 없었더라면 다른 인생을 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라며 말했다. 김종균기자

kjg11@p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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