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다리 잃었지만 양 손으로 남 도와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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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이발사` 권오문씨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고 의족에 의지하면서 독거노인들의 머리를 깎아주며 살아가는 "거리의 이발사"가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올해로 2년째 중구 남포동 자갈치시장 물양장에서 이발을 해오고 있는 권오문(56.부산시 남구 우암동)씨.

출입문도 정해진 이발 가격도 없는 그의 "거리 이발소"에는 파라솔 2개,나무의자,보조의자 4개,석유풍로,거울 등이 전부이며 이발비도 2천~4천원으로 손님 마음 내키는대로 받는다.

출입문이 없듯이 그의 고객도 서울에서 놀러온 아저씨에서 어부에 이르기까지 벽이 없이 다양하다.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들을 직접 방문해 무료이발을 해주고 있는 권씨는 "노인들이 돌아가실 때마다 한 번 더 머리를 만져드렸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아 마음이 착잡하다"고 말했다.

권씨가 처음 이발을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38년전인 지난 62년.대구에서 이발소를 운영하던 권씨는 지난 70년대 장발이 유행해 이발업이 어려워지자 일자리를 찾아 부산으로 내려왔다.내의 장사에서 쓰레기청소 막노동 등 닥치는대로 일을 하던 권씨는 지난 85년 지하철 공사장에서 사고로 두 다리를 잃게 되었다.

그후 이곳저곳을 전전하던 권씨는 지난 98년 대구에서 알고 지내던 사람이 운영하던 지금의 "거리이발소"를 이어받은 것이다.

권씨는 다리가 불편해 오래 서 있을 수 없어 하루평균 7~8명밖에 머리를 깎지 못하며 비가 오거나 바람이 심하게 불면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 아예 문을 닫는다.

권씨는 "이발소가 항만관리사업소 부지에 위치해 쫓겨나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지만 노인들과 자갈치 어부들이 비바람을 피하면서 쉴 수 있는 컨테이너박스라도 하나 갖추었으면 좋겠다"며 작은 소망을 밝혔다. 김마선기자 m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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