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실패 농가빚 '눈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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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휘도록 일했는데…' 농심 폭발

충남 아산지역 농민들이 천안쪽으로 이동하다 아산시 배방면 북수리 서부휴게소에서 상여를 태우며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

성난 농심(農心)이 폭발했다.트럭 등 차량을 몰고 농민들이 고속도로로 쏟아져 나오면서 교통이 마비되고 여기저기서 저지하는 경찰과 충돌이 벌어진 21일의 대규모 '농민시위'사건 밑바닥에는 벼랑 끝에 몰린 농가부채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더 이상 농사를 지어봤자 빚만 늘고 일할 의욕 이 없다는게 농민들의 주장이다.22일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 나라 농가당 부채는 지난해 말 1천853만5천원으로 지난 98년 말 1천701만1천원에 비해 152만4천원(8.9%)이 늘어났다.이는 지난 97년 1천301만2천원에 비하면 2년새 42.4%나 늘어난 것으로 전체 부채 규모는 45조원에 달한다.

농가빚 1천853만5천원 중 농협을 비롯한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이 1천752만5천원으로 94.6%를 차지하고 있고 사채는 5.4%이다.

사채를 끌어다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은 연리 20∼30%를 넘는 살인적인 금리 때문에 '빚을 내 빚을 갚는'악순환을 되풀이 하고 있다.

농가부채가 이처럼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은 내년부터 시행될 농수산물 전면 개방을 앞두고 농산물가격이 폭락하고 있는데도 농업정책은 겉돌고 있기 때문이다.

경남단감원예조합 밀양지소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출하하는 단감 15㎏ 들이 상품 한 상자가 지난해 절반 이하인 8천∼1만원에 거래되고 있어 감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허탈해 하고 있다.

단감 뿐만 아니라 배 사과 무 배추 등 다른 과일과 채소는 물론 돼지 등 가축가격도 최근 경기침체로 소비가 급격히 줄어 들어 가격이 폭락했다.

농민들은 '심을 것도 기를 것도 없어 차라리 농사를 포기하는게 더 이상 빚 수렁으로 빠지지 않는 길'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의 농업정책은 계속 겉돌아 농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하고 있다.

김영삼 정부 때 농업경쟁력을 키운다는 명목으로 농민에게 지원한 농업구조개선자금은 총 42조원에 달하지만 당시 건립한 축사와 각종 영농법인은 대부분 망하고 원금과 이자만 눈덩이처럼 불어나 농민들의 목을 죄고 있다.

정부가 보조금이라는 명목으로 농민에게 돈을 빌려주고 건물을 짓도록 유도했지만 막상 영농기술이나 경영계획까지 뒷받침 해 주지 못했다.

농협도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농민들이 농협 등에서 빌려쓰는 상호금융 이자는 연리 11∼13%선이고 농협의 예대금리 차가 4%나 돼 농협이 농민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농민을 상대로 돈놀이를 한다는 것이 더 정확한 지적이다.농민들 사이에서는 '농민의 주인은 농협'이라는 자조섞인 말도 나오고 있다.

농민들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가부채 경감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21일 '농민투쟁'의 핵심이슈도 바로 이것이다.

농민들은 농업정책 실패로 인해 부채가 발생했기 때문에 현행 상호금융자금 이자 10∼13%를 모두 정책자금 금리 5%대로 내려 주고 상환기일을 5년간 유예하는 조치를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농업경영인회 밀양시연합회 손정태 회장은 '정부가 농가 부채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없을 경우 농민 70% 이상이 내년 초까지 파산할 수 밖에 없어 화가 몹시 난 상태'라고 말한다.창원=김길수기자

kks66@ p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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