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성씨 '민간전통 자수 베갯모' 책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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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의 예술' 만나 볼까…

잠잘 때 베고 자는 베개의 모서리를 수놓고 있는 베갯모를 고미술수집가 김길성은 '사방 10㎝의 예술'이라고 부른다. 또 그는 아름다운 자수가 놓인 베갯모를 '옛 아낙네들의 원색의 꿈이 펼쳐지는 공간'으로 말한다. '꽃도 있고 색도 있고 아니 미칠 수가 없었다'며 10년간 전국 곳곳을 다니면서 베갯모를 수집해 온 그가 올초 전시회에 이어 이번에는 '민간전통 자수 베갯모'라는 책을 냈다. 양장에 베갯모 사진이 원색으로 풍부하게 실린 150쪽이다.

발품을 팔아 수집해 오면 먼지 뽑고 약치고 소독하고 삶아 세탁한다. 그걸 안고 그는 히죽히죽한다. 그러다가 베갯모를 만든 이들까지 보아버린다. '예쁜 이,순박한 이,깔끔한 이,도도한 이, 뚱보 빼빼 넓덕이 홀쭉이의 형상까지 보인다.' 그 애정으로 이 책은 만들어졌다.

그에 따르면 베갯모에 수놓인 것은 새 꽃 문자다. 그것은 민화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구봉침'은 암수 두마리의 큰 봉황과 7마리의 새끼가 그려진 베갯모. 새끼의 숫자가 60년대 3~4마리로 줄었는데 '정부의 산아제한 정책에 동의했기 때문'이라고 적고 있다. 특히 꽃 자수를 보면 재미있게도 화투장의 문양이 많이 등장한다. 가장 예가 많은 자수인 모란을 비롯, 국화 매화 난초가 그렇다. 소나무도 마찬가지다. 실상 이것들은 우리 민화에서 복을 불러오는 상징들이었던 것. 꼼꼼하게 들여다 보면 민초들이 무얼 바랐고 기원했는지 베갯모의 울긋불긋한 자수 위로 떠오른다. 자수의 기법,베개에 대한 상식 등도 실려있다. 016―621―8910.

최학림기자 the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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