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男子 태어나다' 통영 촬영현장
공부와 담쌓은 촌놈대학! 게 섰거라

체육관 전면엔 '제36회 전국 아마추어 복싱선수권 대회'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고 응원단의 요란한 외침속에 '사각의 링'에선 혈투가 벌어진다. 링사이드에선 코치의 주문이 연신 귓전을 때리고….
지난 5일 오후 경남 통영시 북신동 충무체육관. 언뜻 보면 실제 경기를 방불케 하지만 사실은 '섬마을 청년 3인의 대학도전기'를 버무려낼 코믹 휴먼드라마 '남자 태어나다'의 복싱경기 촬영 현장이다.
영화의 무대는 80년대 초반 경남 남해의 한적한 섬 마이도. 이곳의 최고령이자 독립운동가 후손임을 자처하는 장수해 할아버지가 '우리 섬마을을 세상에 알리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촌로의 유지를 받들어 건들건들 살아가던 세 명의 촌놈이 '대학진학'후보로 선정되지만 도무지 공부엔 자신없는 이들은 대신 체육특기자로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기상천외한 지옥훈련에 들어간다는 것이 큰 줄거리.
이날 촬영은 복싱선수권 대회에 출전,가까스로 결승에 오른 '마이도의 영웅' 장대성(정준)이 전년도 챔프와 일전을 벌이는 장면이다. 무인 크레인 카메라가 링 주변을 분주히 움직이는 가운데 메가폰을 잡은 박희준 감독의 목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얼마전 개봉됐던 '알리'와 여름시즌 선보일 곽경택 감독의 '챔피언' 등 같은 권투 소재 영화를 의식한 탓일까. 그의 '슛'과 '컷'소리가 마치 성난 듯 들려온다.
카메라 이동배치 때문에 잠시 휴식. 감독의 주문이 속사포처럼 쏟아져 나온다. '좀 더 강하고 리얼하게 주먹을 날려!' '몸을 숙여.너무 뻣뻣해!' 정준의 애인역으로 출연하는 김사랑과 함께 홍경인 여현수 등 모니터 옆에선 일찌감치 촬영분을 끝낸 주연배우들도 한두마디씩 거들고….
얼마 뒤 박 감독을 살짝 불러냈다. 다소 지쳐보이는 그에게 대뜸 권투장면이 생동감있다며 덕담부터 건네자 '복싱은 하나의 소재일 뿐이며 권투영화로 쓰지 말라'며 손사래를 친다.
컴퓨터그래픽 등 테크놀로지를 동원했던 전작 '천사몽'과 어떻게 다르냐고 묻자 '통영 삼천포 소매물도 등에서 올로케했고 경상도 사투리가 구수하게 묻어나오는 순수하고 맑은 영화'라고 소개한다.
그러면서 '조폭이나 깡패영화의 시대는 지나갔다'고 단정지은 그는 '이번 영화의 컨셉은 '조폭은 가고 촌놈은 온다'로 잡았기에 흥행면에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밝게 웃는다. 순제작비 18억원이 투입됐으며 개봉은 8월 말로 잡았다.
이날 자리를 함께 한 제작사 트윈엔터테인먼트의 문우성 대표는 '꿈을 찾아 나서는 젊은이들의 순수한 열정을 그대로 담아낼 것'이라며 '유쾌하고 즐거운 추억을 퍼올릴 휴식같은 영화'라고 귀띔한다. 통영=김호일기자 tokm@busa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