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기 후끈한 영화 '긴급조치 19호' 촬영 현장
가수전성시대 가상 블랙 코미디물, 거물가수 둘러싼 기싸움 계엄 방불

'마이클 잭슨이 제44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가수 출신이 일본 총리에 오르며 한국에도 '가수 대통령'의 기운이 서서히 싹트는데….' 지난 3월 크랭크인돼 현재 막바지 촬영에 분주한 김태규 감독의 영화 '긴급조치 19호'는 이런 기발한 발상과 독특한 시나리오로 충무로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적 흐름에 맞춰 '대권 도전'을 꿈꾸는 가수들과 이에 위협을 느낀 독재 정권이 긴급조치를 포고해 인기 가수들을 모두 잡아들인다는 블랙 코미디물. 철권통치가 횡행했던 70년대 긴급조치 상황과 최근 '가수 전성시대' 분위기를 교묘하게 엮어낸다.
'긴급조치 19호' 촬영이 한창인 지난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학동 음악전문 케이블TV인 KMTV의 주차장. 흰띠를 두른 철모를 쓰고 어깨총을 한 채 진압봉을 들고 선 중무장 군인들로 현장은 마치 계엄상황을 방불케 한다.
이날 촬영분은 극중 홍경민의 '생기발랄 콘서트' 장에 군인들이 난입,인기 가수인 그를 체포해 가는 장면. 하지만 홍경민의 여고생 팬 300여명이 군인들과 대치하면서 상황은 일촉즉발의 위기 속으로 내닫는다.
'학생들 비켜. 너희들이 잘 모르는 것 같은데 긴급조치가 내려졌어. 가수들은 모두 구속시켜야 돼. 애들이랑 놀 수 없어. 출동!'
진압군 장교의 지시에 팬클럽 회장인 민지(공효진)와 여고생 팬들이 군인들을 가로막는다. 그리곤 '이 아저씨들 정말 안되겠네. 얘들아 (치마에) 옷핀 꽂아. 오빠 구해!'라는 민지의 명령(?)에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가고….
현재 90%가량 촬영을 마친 이 작품이 흥미를 끄는 것은 무려 60여명에 이르는 인기 가수들이 카메오로 출연한다는 점. 일단 홍경민과 김장훈이 주인공을 맡았고 주영훈을 비롯해 강타 방실이 김흥국 조성모 박지윤 성유리 송대관 설운도 핑클 캔 SES NRG 등 요즘 주목받고 있는 이를 포함한 많은 가수들이 죄다 조연을 맡거나 깜짝 출연한다.
이런 가수들의 대규모 스크린 나들이는 가요계와 두터운 인맥을 맺고 있는 개그맨 서세원이 제작자로 나섰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
가수들이 극중 노래만 하는 것은 아니다. 짧긴 해도 대사 한두 마디씩은 툭툭 던진다.
코요태의 김구는 체포 일보 직전에 '저,영화배우 유지태인데요'라고 임기응변으로 위기를 벗어나고 컨츄리 꼬꼬는 '너희들 가수 맞지?'라고 묻자 '우린 개그맨'이라며 살아남는다. 평소 가수임을 강조해 온 양진석도 건축 디자이너라고 발뺌해 겨우 체포를 면한다.
현장에서 만난 김 감독은 '전체 구성은 70년대 암울했던 상황에서 따온 것'이라며 '정부의 긴급조치에 대항,자유를 쟁취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학생들의 순수한 마음을 녹일 예정'이라고 전한다. 김호일기자 tokm@busa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