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뭉클한' 졸업식] 왜소증딛고 봉사활동 '진정한 거인'
금성중 이준군 빛나는 '봉사상'
왜소증을 앓고 있는 이준(15)군이 20일 오전 졸업식에서 최부숙 담임교사로부터 축하꽃다발을 받고 있다. 김경현기자'처음엔 어색했지만 학교생활이 즐거웠어요. 좋은 친구들을 만난 것이 가장 큰 보람입니다.'
20일 오전 부산 동구 범일동 금성중학교. 졸업식을 맞은 3학년 3반 교실에는 아주 특별한 한 친구로 인해 웃음꽃이 만발했다.
선천성 왜소증을 앓고 있는 이준(15·동구 좌천동)군이 졸업식장에서 '봉사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장애에도 불구하고 쾌활하고 적극적인 학교 생활과 봉사활동에 솔선수범한 이군을 교사들이 추천했다.
이군의 키는 130㎝에 불과해 반에서도 번호 1번을 받았다. 친구들의 어깨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입학 때보다 키가 10㎝나 자랐다'고 자랑했다.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씩씩하기만 한 이군의 성격은 남달랐다.
지난해 10월 교내 '반 노래 경연대회'에 출전한 친구들이 준이를 지휘자로 추천,결국 지휘상을 받았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시장에서 행상을 하는 어머니(40)와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는 이군의 집안 형편은 결코 넉넉치 못하다. 어머니도 왜소증을 앓아 이군보다 키가 더 작은데다 아버지마저 두살 때 돌아가신 탓에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친구들 사이에선 여동생도 착하기로 소문이 났다. 집에 놀러온 친구들에게 '우리 오빠 작다고 놀리면 안돼요'라며 늘 깔깔거리고 쫓아다니기 때문이다.
공부는 썩 잘하는 편이 아니지만 우주에 관심이 많은 이군은 천문학자가 되는 것이 평생 꿈이다. 그래서 3월이면 부산디지털고등학교에 입학한다.
준이는 '처음엔 친구들보다 키가 작은 것이 싫었지만 이젠 괜찮다'며 '멋진 친구들과 즐겁게 지낸 시간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담임교사 최부숙(37·여)씨는 '장애를 가졌지만 부끄러워하거나 감추려 하지 않았고 지난 1년동안 교무실을 열심히 청소할 정도로 각종 행사나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이던 우리 준이가 정말 대견스럽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박세익기자 r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