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속의 스타] ⑧ 농구선수 성정아
'전성기 못잖은 인기 선생님이죠'
경기도 수원시 영생고의 체육교사로 변신한 성정아가 학교 운동장에서 한 학생에게 슛 자세를 지도해주고 있다.'와! 선생님 머리 스타일 바뀌셨네요.'
개학일이었던 4일 키가 큰 여선생님에게 학생들이 반갑게 인사를 건네왔다. 1984년 LA올림픽 여자농구 은메달의 주역인 '농구스타' 성정아(38)씨는 경기도 수원시 영생고의 체육교사로 변신해 있었다.
'지난 1997년부터 이곳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1학년 담임을 맡고 있어요.'
그가 부임하자 학교에는 농구열풍이 불어 농구시합이 자주 열렸단다. 농구 동아리 지도도 맡고 있는데 가입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워낙 많아 테스트를 거쳐야 들어올 수 있을 정도.
체육 수업시간에 어쩌다 왕년의 시범을 보여주면 '선생님 진짜 농구선수 같아요'라며 생뚱맞은 소리를 하는 녀석들도 있단다. 하긴 가끔 농구장을 찾아도 자신을 몰라보고 '키가 되게 큰 아줌마네'란 이야기만 들을 정도로 시간이 흐르긴 했다.
교사 생활은 적성에 잘 맞는데다 재미도 있단다. 학부모들과의 면담자리가 종종 사인회장으로 바뀌어서 난처한 적이 있긴 했었지만.
'국·영·수는 학교 다닐때 잠깐 하는 것이지만 체육은 평생 해야 하기에 더 중요하다고 학생들에게 말해줍니다.' 성씨는 서글서글한 성격 때문에 '언니'나 심지어 '엄마'라고 부르는 제자들까지 있을 정도로 학생들과 가깝게 지내고 있다.
삼천포 여고 졸업뒤 실업팀에서 뛰다가 뒤늦게 대학(숙명여대 체육교육과)에 진학해 교직을 이수한 덕분에 지금처럼 사랑하는 제자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단다.
성씨는 여고 1학년때 국가대표로 발탁돼 26세까지 만 9년을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무수히 많은 경기를 하고 많은 우승컵과 메달을 땄지만 역시 LA올림픽에서 중국을 꺾고 결승에 진출,은메달을 획득했을 때의 일을 잊을 수 없다.
당시 올림픽을 앞두고 열렸던 프레대회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두자 여자 농구팀을 올림픽에 보내는 건 예산낭비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 하지만 결과는 만리장성 중국을 준결승에서 69-56으로 꺾고 감격의 은메달 획득이었다.
박찬숙 김화순 등 쟁쟁했던 당시 멤버들은 하나같이 감격의 눈물을 펑펑 쏟았다. 이들은 지금도 'LA멤버'라고 부르며 일년에 3~4번씩 모임을 가지며 그때의 감격을 추억하고 있다.
성씨는 농구인 부부로도 유명하다. 남편 이윤환씨는 수원 삼일상고 체육부장 겸 농구부 감독. 이 감독은 고교시절부터 지켜보다가 성씨가 실업팀에서 활약할 때 프로포즈를 했다고 한다. 성씨는 이 감독이 이사를 하면 가장 먼저 방 하나에 '성정아 기념관'부터 만들어줄 만큼 잘 챙겨준다며 남편 자랑을 잊지 않는다.
이들 부부는 현재 NBA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국내 최장신 센터 하승진을 발굴한 장본인. 미완의 대기를 가다듬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내 '농구 커플의 힘'을 과시했다. 초등학교 1학년인 딸 리나도 키가 크고 체력이 타고난데다 운동에 소질을 보여 농구에 입문시킬까 고민중이란다.
진주가 고향인 성씨는 초등학교 5학년때 농구를 시작했다. 밤에 제대로 잠을 못잘 정도로 힘들어하기도 했지만 다음날이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또 다시 운동하러 학교에 나가곤 했었다고 한다. '뒤늦게 깨달았지만 운동할 때가 가장 행복했던 것 같아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묻자 '남편 하는 일이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딸도 그렇고요. 저는 교사생활 충실하게 하는 것이죠.' 체육선생님 성정아는 그렇게 편안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박종호기자 nleader@busa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