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여자 빨치산' 정순덕씨 별세

열여덟살 새색시 시절 빨치산 활동을 시작해 '마지막 여자 빨치산'으로 1963년 체포된 비전향 장기수 정순덕 할머니가 1일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향년 70세.
1933년 경남 산청에서 태어난 정 할머니는 50년 1월 결혼한 남편이 6·25전쟁 발발 후 북한 인민군을 따라 지리산으로 들어가자 남편을 찾아 51년 2월 입산한 뒤 빨치산 유격부대에 동참했다.
입산 당시 정 할머니는 결혼 1년을 갓 넘긴 새색시였지만 '진양군 유격대' 대원으로 빨치산 활동을 시작했다.
국군의 대대적인 빨치산 토벌작전과 53년 휴전협정을 거치면서 남아 있던 빨치산들은 소부대로 분산됐고,할머니도 덕유산으로 옮겨 빨치산 활동을 계속했다.
정 할머니가 체포된 것은 입산 12년 만인 63년 11월. 할머니는 최후의 빨치산으로 지리산 내원골 민가에서 체포돼 '지리산의 전설'로 불렸으며 마지막 여자 빨치산으로 기록됐다.
정 할머니는 체포과정에서 대퇴부에 총을 맞아 한 쪽 다리를 절단해야 했고,불구의 몸으로 대구 공주 대전교도소에서 23년간 복역하다 85년 8월 가석방 출소했다.
출소 후 할머니는 공장을 전전하다 95년 8월 비전향 장기수 공동체인 서울 봉천동 '만남의 집'에 정착했지만 99년 3월 뇌출혈로 쓰러진 뒤 투병생활을 해왔다.
정 할머니는 인천 나사렛한방병원에서 병마와 싸우다 지난 16일 의식을 잃고 쓰러져 응급치료를 받았으며 골수기능 마비로 사경을 헤매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정 할머니는 2000년 8월 북송 비전향 장기수 명단에서 제외되자 같은 해 9월 정부에 송환을 요구했지만 65년 교도소 수감 시절 전향서를 썼다는 이유로 송환을 거절당했다.
지난해 고희를 맞아 북으로 가고 싶다는 심경을 밝히기도 했던 정 할머니는 결국 힘겨운 투병생활 속에서도 북으로의 송환을 희망하다 유명을 달리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