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조 매각 배경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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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 유통망 롯데 진입 소주시장 지각 변동 예상

전국 소주 판매시장의 절반 이상을 진로가 점유하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자본과 유통망을 가진 대기업인 롯데 측의 진입으로 소주시장에 일대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그동안 지루한 법정싸움을 벌이고 있는 부산·경남의 대표적 향토기업인 대선주조와 무학이 부산·경남지역에서 영업권을 둘러싸고 또다시 격전이 불가피하게 됐다.

대선주조는 이로써 안정적인 경영과 시설재투자 등을 통해 재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지만 향토기업을 사실상 대기업에 넘긴 것이어서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전 대주주 최모씨와 지분을 인수한 롯데햄우유 신준호 부회장이 사돈관계인 것으로 알려져 향후 주식 지분의 이동과 경영권 향방이 주목되고 있다.

대선주조는 지난 1930년 일본인 양조회사로 출발해 해방 후에도 줄곧 부산에 연고를 두고 소주를 생산,판매해 온 부산지역의 대표적인 향토기업. 특히 '시원'이라는 브랜드는 부산·경남의 소주 애호가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지역 대표적인 상품 중의 하나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지역에서 탄탄한 기반을 갖고 있는 대선주조가 경영권을 롯데 측에 넘긴 것은 무학과의 경영권 다툼이 결정적인 원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선주조는 무리한 사업 확장 등으로 지난 97년 부도처리되면서부터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이런 가운데 당시 막대한 유통망과 자금력을 보유한 롯데가 대선주조의 인수·합병(M&A)을 시도한 가운데 경남의 경쟁사인 무학 역시 대선이 대기업에 넘어가면 무학의 '안방'인 경남지역 영업망 붕괴도 시간문제라고 인식,대선 인수라는 선제 공격을 감행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롯데의 인수합병은 다소 진정됐으나 무학은 대선의 주식을 조금씩 사 모으기 시작했으며,2002년 6월에는 주식 공개매수를 시작으로 대선과의 공개적인 M&A를 시도했다.

이 일환으로 무학이 제기한 법정소송은 대부분 법원에서 기각당했으나 최근 '이사 등 해임 및 손해배상청구소송'은 부산지방법원서 '대선주조의 전 대주주 최병석씨 등 전·현직 임원 8명은 1천7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이 내려져 대선주조를 더욱 궁지로 몰아넣게 됐다.

특히 대선주조는 이른 시일 안에 화의를 종결하고,부산의 대표적인 향토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재투자가 절실하지만 지금과 같은 경영권이 불안한 상황에서는 자금조달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롯데 측에 경영권을 넘기기로 전격 결정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대선주조 조용학 대표는 '자금력이 취약한 경영진과 개인 주주들로서는 경영권 방어가 한계점에 이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부산 경남에 연고를 둔 롯데를 선택,안정적인 회사운영의 발판을 마련키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전국의 소주시장은 진로의 독주 속에서 롯데의 진입으로 점유율 등 일대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반면 무학은 전국 소주 판매점유율이 7.6%로 대선주조에 이어 5위를 달리고 있으나 경남지역에도 광범위한 유통망을 가진 롯데 측의 소주시장 진입으로 경영에 큰 영향을 받게 됐다.

무학 이수능 상무는 '대선주조의 경영권을 롯데 측에 넘겼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라며 '경영권 장악은 이미 힘들어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주주로서의 권리는 계속해서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이 상무는 특히 '롯데가 소주시장에 진입한다면 회사 경영에 애로를 겪게 되겠지만 영업망 수성을 위한 회사 차원의 대책마련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류순식·김마선기자 ssr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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