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활력이 넘치는 오늘의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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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베트남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장

지금 베트남은 활력이 넘치는 나라다. 종전 30년,통일 30년으로 온통 축제 분위기다. 필자는 최근 베트남 통일(종전) 30주년(4월30일)기념행사에 초청되어 여러 동료임원 및 부산시 간부와 함께 호치민시를 다녀왔다.

필자는 1997년부터 다섯번째의 베트남 방문이었지만 갈 때마다 생동감 넘치는 베트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베트남의 오랜 과거 역사를 보면 우리나라의 과거 역사와 유사한 점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베트남이 겪은 1천년이 넘는 중국의 지배적 압제,100년에 가까운 프랑스의 식민지 통치,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의 2년간 점령통치,오랜 내전과 분단국의 역사적 경험 등 경우는 약간 다르지만 우리와 유사했던 점이 너무 많다. 어디 그뿐인가. 사회·문화적 관습과 전통도 같은 점이 많다. 도교-불교-유교의 유불선,어른과 조상을 중히 여기는 조상숭배,프랑스 신부가 오늘의 로마문자로 베트남어를 만들어 주었지만 그래도 상존해 있는 한문이름과 한자문화,소 팔고 돼지 팔아 아들 공부시키는 뜨거운 교육열,못 배운 부모가 자식공부에 모든 것을 투자하는 향학열은 마침내 국가에서도 대학생에게는 병역면제를 시키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필자가 베트남을 방문할 때마다 느낀 강한 인상을 요약해 보고자 한다.

첫째,베트남 사람들은 부드럽고 순하지만 독립정신과 자존심이 강한 민족이다. 오랜 대불항쟁,대미전쟁,1979년 2월 대중국 국경분쟁 등에서 보듯 그들의 독립정신과 자존심이 순한 인성이면서도 강인한 민족임을 말해준다.

둘째,베트남의 관리나 교수는 물론 상인 대학생 농업종사자에 이르기까지 독학 또는 기타 방법에 의해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는 점이다.

셋째,조화와 균형감각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거리의 오토바이 물결과 그 속을 조심스럽게 헤쳐가는 자동차와 보행자,3박자가 잘 어우러진 조화와 균형감각은 사회와 정치의 공생질서와도 연결된다. 즉 호치민(胡志明)의 사회주의는 그것이 지닌 이념적 가치보다 민족의 독립과 통일을 위한 수단적 가치가 더 중요시되었다고 볼 수 있다. 베트남민족주의가 사회주의에 용해되기도 했지만 언제든지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이탈 가능성이 잠재해 있었다.

넷째,1986년의 '도이모이'정책은 내부적으로 시장경제,대외적으로 자본주의 세계체제에의 편입을 추구함으로써 사실상 사회주의에 부정적인데도 큰 저항 없이 진행될 수 있었던 것도 베트남 특유의 민족주의와 실용주의적 특성 때문이었다.

다섯째,베트남 사람 누구도 우리의 월남파병과 라이 따이한 문제를 거론하거나 비난하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1992년 한·베트남수교에 이어 1995년 미·베트남 관계의 정상화로 미국이 베트남의 제1수출대상국이 되었다는 점은 "과거를 잊지 않되 미래를 철저한 실용주의로 열어가겠다"는 그들의 철학과 국가적 대전략의 일환인 것이다.

하여간 도이모이 정책의 심화로 지금 베트남의 전국토가 하나의 경제특구처럼 작동하고 있다. 금년에도 9.5%의 경제성장이 기대되며 언젠가 아시아의 또하나의 용으로 부상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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