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79> 함안 여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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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남정맥 자락 당당한 종주길 '진산'이로다

여항산 정상 부근에서 바라본 전경. 낙남정맥에 둘러싸인 여항산 일대는 시골마을의 정취가 가득하다.

요즘엔 뭍세상에서 산으로 넘어갈 때

피할 수 없는 '관문'들이 있다.

러브호텔과 이런저런 가든,공장의 창고 따위들.

그곳들은 10,20년 전만 해도

필경 마을 수호나무나 정자가 있던 자리였다.

가만히 보면 국적불명의 건물들과

형형색색의 간판들이 마치 진을 치고 있는 듯하다.

크고 이름난 산일수록

이런 것들의 관문 행세는 도를 더한다.

하지만 어쩌랴,산꾼들은 이런 풍경에 익숙해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에 산&산팀이 찾은

경남 함안군의 여항산에서는

이것들의 존재가 새삼 원망스러워진다.

여항산 주변이 아직까지

옛 시골의 모습을 잃지 않고 있어서다.

10가구 정도가 올망졸망 모여 있는 마을들에서는 정겨움이 물씬 풍겨난다. 맑은 개울소리와 아직은 따가운 햇살은 기분마저 흥겹게 한다. 길 가에도 어울리지 않는 외국 꽃이 심겨진 대신,키 낮게 제멋대로지만 자연스러운 우리 꽃,풀들이 가득하다.

함안 여항산(艅航山·770m)하면 산 이름 얘기가 먼저 나올 수밖에 없다. 여항이란 이름은 '산이 낮아 배가 건널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일대가 남고북저의 지형이어서 나온 이름이다.

옛 사람들은 대개 남쪽이 낮아 남으로 물이 흐르는 우리나라의 통상적인 지형과는 달라서 나쁜 기운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염려해 이 이름을 지어 불렀다. 비록 남쪽에 산이 있긴 하지만 그 산이 배가 넘을 수 있을 정도로 높지는 않다는 뜻을 부여해 그 나쁜 기를 제압하려 한 것이다.

오랜 세월,홀대가 이만저만이 아니었겠구나 싶지만,지리산보다 생태가 더 잘 보존돼 있는 지역으로 남아 있을 수 있는 것도 그 덕택이다. 나중에 알아보니 다행스럽게도 이 일대가 자연생태계 모니터링 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이미 터잡은 건물 말고는 들어설 수 없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 입장에서는 마을이 바뀌지를 않는 데다 젊은이들마저 다 떠나버려 서운한 마음도 없진 않겠지만,옛 자취가 고마운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도회 사람들이 새로 이곳에서 터를 잡는 경우도 부쩍 늘고 있다고 한다.

함안 여항산은 봉화산,서북산에서 이어지는 낙남정맥의 한 구간으로 영남의 산꾼들에게는 익숙한 산이라지만 대중교통이 불편해서인지 요즘은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그래도 정맥 종주길로서 사뭇 당당하고 주말 등산코스로도 여느 산에 뒤지지 않는다. '함안의 진산'이라는 수식어가 빠지지 않는데,당연하다 싶다.

산&산팀에서는 난이도와 거리 측면에서 중간 정도의 코스가 될 수 있도록 꾸몄다. 봉화산,서북산을 거쳐 종주하는 코스는 다소 버겁고,여항산만으로는 다소 짧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서북산을 연결해 정맥길을 오롯이 느낄 수 있도록 했고 산행 들머리와 날머리를 가급적 가까이 잡아서 원점회귀도 가능하도록 했다.

여항산과 서북산,두 산 모두 해발 700m대로 그리 높지는 않지만 해발 100m 남짓에서 산행을 시작하기 때문에 제법 오르는 맛을 느껴볼 수 있다. 대체로 길이 어렵지 않아서 사정에 따라 코스를 선택해도 무방하다.

산행 코스는 별천마을에서 오른 뒤 서북산을 거쳐 여항산으로 돌아 내려오도록 잡았다. 구체적인 산행코스는 별천마을~보갑사~약수터산장~주능선~서북산~마당바위~706봉~668봉~여항산~미산령갈림길~가재샘~좌촌주차장 순. 걷는 시간은 5시간 내외.

들머리인 함안군 주서리 별천마을 입구는 좌촌 주차장에서 2㎞가량 더 들어가야 나온다. 별천학생야영수련원을 지나면 별천마을로 들어가는 길이 계곡을 따라 나 있다. 입구에는 약수터산장,보갑사 안내판이 있어 참고한다. 도로를 따라 5분을 들어가면 청소년수련원 갈림길을 만난다. 수련원 입구에 산길이 있지만 답사를 해 보니 수풀이 우거지고 길이 뚜렷하지 않다. 도로를 따라 오른다. 10분 후쯤에 갈림길. 이번에도 보갑사 약수터산장 이정표를 참고해 갈림길로 들어선다. 직진하는 길은 상별내 마을로 오르는 길이다.

곧 임도길이다. 길을 내려고 자갈을 깔고 산을 깎은 흔적이 남아 있지만,울창한 숲과 매미 소리 덕택에 산길 분위기가 제법 난다. 보갑사 갈림길은 15분 오르면 만나고,다시 5분을 더 가면 약수터산장에 닿는다.

등로는 산장 뒤편으로 열려 있다. 초입에서는 길이 흐리지만 곧 분명해진다. 제법 가풀막을 이어가다 보면 능선 안부에 오를 수 있다. 다시 바짝 오르면 119긴급연락처를 만난다. 이곳이 국시뜸. 군데군데 쓰러진 나무가 길을 막고 있지만 길은 뚜렷하다.

된비알이 이어진다. 하지만 10분 남짓이면 주능선에 올라선다. 여기서부터 낙남정맥길이다. 이정표를 참고해 서북산 쪽으로 발길을 이어간다. 남쪽이다. 햇볕이 극성을 부리지만 능선 주변으로 나무들이 막고 서 있다.

20분 가량 오르면 서북산 정상. 너른 터를 헬기장이 차지하고 있어 생각보다 밋밋하다. 하지만 봉화산에서 이어지는 정맥길을 비롯해 산 줄기들이 겹겹이 서 있는 조망은 제법 볼 만하다. 서북산전적비를 보니 한국전쟁 때 능선을 두고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졌다고 돼 있다.

온 길을 되돌아 나간다. 다시 능선 이정표를 지나 마당바위까지는 숲길이 이어진다. 오솔길이 더 어울릴 만하다. 험하지도 거칠지도 않으면서 여유롭게 지나는 정맥길은 순박하게 느껴진다. 이정표에서 마당바위까지 20분. 마당바위에서는 여항산 일대 마을들이 조망된다.

곧삼거리 갈림길이다. '상별내 2㎞,나뭇골 3.1㎞,여항산 정상 2㎞'라 적힌 이정표를 만난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왼쪽길로 접어든다. 706봉을 넘어서면 바위전망대를 잇따라 만난다. 갈림길에서 706봉까지 10분.

668봉을 지나면 암벽 로프지대가 나타난다. 깎아지른 암벽 중간에 멋드러진 소나무가 자리잡고 있다. 우회로도 있지만 암벽을 올라도 그리 힘들지는 않다. 668봉에서 암벽 로프구간까지 15분.

능선 좌우로 오가다 보면 정상 암벽에 닿는다. 길 곳곳에 흙구덩이가 파헤쳐져 있는데,아마 멧돼지들이 파놓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암벽 직전에 여항산 주 등산로 중 하나인 1코스 이정표가 있다. 암벽 로프구간에서 정상까지 15분.

30m 높이는 됨직한 암벽을 로프를 잡고 올라서면 드디어 정상이다. 정상은 바위지대. 지역산악회에서 세운 정상석이 서 있다. 여항산은 모두 3곳으로 오르내릴 수 있는데,모두 2.5㎞ 안팎의 거리여서 어느 길을 택해도 된다.

산&산팀은 길이 좋고 덜 가파르다는 3코스로 내려가기 위해 북쪽으로 향한다. 2코스 이정표를 지나 미산령 갈림길에 닿으면 오른쪽이 3코스로 내려서는 길이다. 중간에 헬기장이 있다. 정상에서 미산령 갈림길까지 6분. 잘 다져진 산길이 이어진다. 비에 젖거나 하면 길이 제법 미끄러우니 조심해야 한다. 25분 가량을 조심스레 내려서면 이정표. 왼쪽 길은 중산골로 내려서는 길. 이정표를 참고해 좌촌주차장으로 내려서는 길로 접어든다.

다시 이정표를 만나면 왼쪽 계곡 쪽의 가재샘에 들른다. 샘까지는 2분 거리로 물 맛이 시원하다. 10분쯤 내려서다 보면 농가가 왼쪽으로 보이고 포장길에 닿는다. 이곳에서 좌촌주차장까지는 20분 가량 걸린다. 좌촌 주차장 바로 위,마을 입구의 정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산행을 마무리한다. 문의 위크앤조이팀 051-461-4164. 운봉산악회 이동화 고문 011-598-2393.

글·사진=김영한기자 kim01@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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