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커멓게 썩어버린 대연천 때문에…악취에 덮인 '역사문화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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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공원·부산박물관 등 인근주민들 수십년째 고통

부산 남구 대연동 대천초등학교 인근 하천이 바닷물 역류와 쓰레기들로 심한 악취를 풍기고 있다. 이재찬기자 chan@

"공단지역도 아니고 명색이 역사문화지구인데 지독한 악취 때문에 숨도 쉬기 힘들 지경입니다."

12일 오후 부산 남구 대연동 유엔조각공원. 아름답게 조성된 녹지 속에 평화의 염원을 담은 조각작품 사이로 수십명의 시민들이 늦가을 정취를 만끽하며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공원에서 불과 길 하나만 건너면 갑자기 저도 모르게 코를 틀어쥐게 된다. 조각공원에서 남부운전면허시험장 사이를 가로지르는 소하천인 대연천에서 뿜어져나오는 지독한 악취 때문이다.

너비 7~16m,길이 540m에 이르는 대연천의 대부분 구간이 해수가 썩으면서 생긴 시커먼 침전물과 오물,바닷가에서 떠밀려온 각종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잠시도 쉴 새 없이 풍기는 악취 때문에 10분만 있어도 머리가 지끈거리고 구역질이 치밀어오를 정도였다.

조수 간만의 차에 의해 용호만 쪽에서 역류해 온 바닷물이 오랜 기간 하천 바닥에 쌓인 침전물 탓에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하천에 고인 채 썩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일대는 유엔조각공원과 평화공원 부산문화회관 부산박물관이 조성돼 있는 데다 인근의 자연경관도 빼어나 부산의 대표적인 도심형 문화공간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곳. 이 일대 주택가는 역사문화미관지구로 지정돼 고도 제한 등 건축물의 신축 및 개·보수 등도 제한돼 있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은 진동하는 악취 때문에 만성 두통과 호흡기 질환 등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또 하천가에 모기까지 들끓어 요즘도 모기향을 피우며 지내고 있다.

인근에 사는 하모(39·여)씨는 "집안까지 스며드는 지독한 냄새 때문에 집안 곳곳에 방향제를 뿌려 놓았지만 항상 속이 메스껍고 이제는 냄새도 잘 맡지 못할 지경"이라며 "사시사철 모기가 들끓어 모기향을 피우고 방충망도 이중으로 설치했지만 무용지물"이라며 고통을 호소했다.

인근 대천초등,대천중,대연고 등 3곳의 학교 학생들도 이곳을 지나다니는 것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들과 학교 측의 수십차례에 이르는 진정에 따라 남구청은 지난 2004년 하천으로 흘러들어가는 생활오수를 분리하기 위해 차집관로를 설치했지만 별다른 악취 저감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APEC을 앞둔 지난해 8월 한차례 하천 준설공사를 실시했을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한 채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문화지구에 걸맞은 생태 하천조성이 어렵다면 하천 복개나 강제 순환 시설 설치 등 현실적인 악취 저감책을 마련해 달라며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남구청 관계자는 "하천을 복개할 경우 하천 용량이 줄어들고 해수 순환이 나빠져 부패가 더 심해지는 데다 집중호우 때 범람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며 "하천 준설작업의 횟수를 늘리는 등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악취 저감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태우기자 wideneye@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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