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과 제자] <7> 부산교통공사 박상인 감독과 동래고교 출신 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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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돌릴 수 없지만 '명성만은 되찾고 말겠어요'

지난 21일 부산 강서구 부산교통공사 대저기지창 내 구장에서 포즈를 취한 동래고 출신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 왼쪽부터 김광현 신상진 박준홍 선수,박상인 감독,윤영태 오철석 이재학 선수,강경주 주무. 이재찬기자 chan@

'어제의 동래고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 다시한번 감독과 선수로서다. 6~10년만이다. 무대는 동래고가 아닌 부산교통공사. 감독은 박상인(55),선수는 기존에 있던 이재학(24·윙 포워드),윤영태(25·스트라이커),김광현(24·윙백)과 올해 새로 합류한 박준홍(29·중앙수비수),오철석(25·스트라이커),신상진(25·중앙수비수),이동열(23·윙백)이다. 동래고 시절 숱하게 손발을 맞춰본 만큼 너무나도 잘 아는 사이다.

# 최강 동래고

그 때 국내 최강이었다.

동래고 하면 전국 어디를 가든지 "아,그 축구 잘하는 학교"라는 말이 자연스레 나왔다. 최강 동래고를 구축했던 주축 멤버들이 이들 7명이다.

특히 오철석-이재학-신상진 트로이카가 포진했던 2000년은 전성기였다. 부산일보사 주최 청룡기대회 우승을 비롯,출전하는 족족 우승컵을 안고 돌아왔다. 전국대회 4강에 들면 대학 특례입학이 가능했던 만큼 다른 팀이 반공개적으로 "우리 선수들도 대학에 가야하니 제발 한 번만 져 달라"고 호소했을 정도다. 이들 트로이카는 차세대 한국축구의 기둥으로 주목받으며 나란히 연세대에 입학,스타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이들의 최강 신화는 이어지지 못했다.

유일하게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선발되기도 했던 오철석은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대표팀에서 탈락했다.

동래고 출신 중 맏형인 박준홍도 청소년국가대표일 때가 황금기였다. 이후 박준홍은 부산 아이파크에서 주전수비수로 자리를 굳히는가 했으나 지난해 당한 부상 여파로 올해 N-리그로 내려왔다.

# 다시 찾은 화왕산

옛 제자들을 대거 영입한 박 감독은 1월초 경남 창녕의 화왕산을 찾았다.

화왕산은 동래고 축구부라면 잊을 수 없는 곳. 동래고 시절 팀웍 다지기 차원에서 박 감독은 겨울만 되면 선수들을 데리고 화왕산을 올랐다.

등반 내내 박 감독은 가타부타 별 말을 하지 않았다. 다언(多言)이 독이 되는 시기라고 여겼기 때문. "그것은 말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다만,동래고 시절 품었던 투지를 다시 일깨우기를 바랬다." 박 감독의 말이다.

화왕산을 다녀와서 일까,선수들의 마음은 눈에 띄게 안정됐다. 오철석 박준홍 등의 경우 프로구단에서 실업팀으로 내려온 탓에 의기소침했던 것이 사실.

박준홍은 "프로로 뛸 때 잔디구장에서 훈련한 탓인지 처음에는 맨땅에서의 연습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는 마음이 편안하다. 부산교통공사야말로 친정팀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재학은 "동래고 시절 화왕산에만 오르면 어김없이 우승컵을 들어올리곤 했다"며 "그 때가 좋았다"고 말했다.

# 아쉽기만 한 지난 세월

6~10년의 세월에 선수들은 알게모르게 조금씩 변했다. 더러 장점이 생기고,없던 단점이 새로 생겨났다.

가장 큰 변화는 이들의 입지가 크게 위축됐다는 것이다. 당시 '한국축구의 미래'라는 소리를 들은 유망주들이 국가대표팀에서 탈락한 것은 물론 이제 실업리그인 N-리그에 몸담게 됐다.

누구보다 선수들 자신이 답답하다. 이재학은 "왜 우리가 뒤처졌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우리만 제자리 걸음을 해온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또 오철석은 "축구를 시작한 이래 골절상만 10번 넘게 당했다. 어떻게 알고 중요한 시기마다 꼭 부상이 생기는지,부상 징크스에 갈수록 플레이가 위축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찍 개화한 탓에 근성이 약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박 감독은 이에 대해 고개를 젓는다. "박준홍 만큼 악착같은 근성을 가진 선수는 K-리그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문제는 복합적이다. 공통적으로 경험한 것은 충분히 뛸 기회를 갖지 못했다는 것이다"고 진단했다.

# 최강 부산교통공사

박 감독은 최근 들어 그간의 침묵을 깨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선수들이 마음을 다잡기까지 기다린 측면도 있지만 지난달 내내 돌아온 제자들을 말없이 지켜본 뒤 "최강 부산교통공사 만들기가 가능하다"고 결론지은 것이 주 이유다.

선수 개개인의 장단점도 공개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했다.

"오철석은 대형 공격수로 큰 키(188㎝)에 스피드와 유연성이 뛰어나 언제든 K-리그의 스타가 될 수 있는 진흙속의 진주다. 문제는 플레이가 다소 소극적이고 골 감각이 다소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박준홍에 대해서는 "대인방어 능력이 특히 뛰어나다. 하지만 왼발 의존도가 너무 높다.오른발 쓰는 기술만 익히면 철벽수비수다","신상진은 헤딩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수비수로서 대인방어 능력이 떨어지고 공수 전환이 늦다"….

박 감독은 지난 한달간 관찰을 통해 작성한 분석 파일을 토대로 팀웍 훈련과는 별도의 맞춤형 훈련을 통해 이들의 기량을 한단계 레벨업 시킬 계획이다.

선수들도 꿈을 그리기 시작했다. 덩달아 훈련 집중력이 크게 높아졌다.

오철석은 유럽 빅리그에 진출하는 것이 희망이고,박준홍은 K-리그로 복귀해 5~6년 더 뛴다는 각오다. 아직 K-리그를 밟아보지 못해 K-리그 입성이 무엇보다 절실한 이재학은 박 감독이 지적한 '차분하지 못한 플레이'를 극복하기 위해 훈련과 함께 마인드 컨트롤을 시작했다.

21일의 강서구 교통공사 대저기지창 내 훈련장은 N-리그 우승으로 팀 자체가 K-리그에 진입하든지,선수 개개인이 프로구단에 스카웃되든지 양자택일만 남은 듯해 보일 정도로 훈련열기가 뜨거웠다. 이주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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