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최초 극장 '행좌' 사진 찾았다
홍영철 영화자료연구원장 부산시립도서관서 발견
다른 건물들보다 반층 정도는 높이 올라와 있는 극장건물 외벽에 '幸座'라는 글자가 흐릿하게나마 확인된다. 건물 너머는 매립되기 전의 자갈치 일대.부산 최초의 극장으로 알려진 '행좌(幸座)'의 사진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또 행좌의 개관 시기도 1903년보다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홍영철 한국영화자료연구원 원장은 부산영상위원회가 발행하는 부산영상리포터(BFC Report) 봄호에 게재할 '부산 최초의 극장 행좌의 역사성 검증 보고'라는 글에서 행좌의 흔적을 추적했다.
행좌는 일본인 자본가 하자마 후사타로(迫間房太郞)가 지금의 중구 광복동 할매회국수집에 세웠던 부산 최초의 극장. 최근 홍 원장은 부산시립도서관이 소장한 1910년대로 추정되는 부산 인천 등 8개 지역 전경 사진집에서 행좌 전경을 포착했다. 용두산에서 자갈치 방향으로 찍은 사진을 확대해 '행좌(幸座)'라는 간판 글자를 건물 외벽에서 확인한 것. 환기통이 위로 올라와 있고, 다른 건물보다는 반층 정도는 높아 극장용 건물이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주변에는 전봇대가 세워져 있어 전기시설이 공급되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발견과 함께 행좌의 개관 시기에 대한 재검토도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1903년 발행된 '부산항 시가 및 부근 지도'에 행좌 위치가 표시돼 최소한 1903년에는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1895년 제정된 부산거류민단예규집 중에 극장 취체규칙과 각종 흥행 취체규칙이 나와 있다. 일본인 거류지 내에서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경찰의 단속 규칙인데, 당시 극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제도화해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법령이다. 물론 직접적으로 행좌라는 극장을 지칭하진 않았지만, 극장에서 각종 공연들이 상연되고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여기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극장이 1903년 지도에 나왔던 행좌라는 주장이다.
그에 앞서 1881년 제정된 일본 거류민 영업규칙에도 극장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일본 전통연극공연을 하는 시바이와 재담을 들려주는 대중연예장이 그것. 하지만 이때의 극장은 옥내극장이 아니라 가설극장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홍 원장은 봤다.
물론 간접적인 자료들이라 추후 연구가 뒤따라야겠지만, 현재 국내 최초의 극장으로 알려진 서울의 협률사가 세워진 1902년보다 앞설 가능성이 있다. 한국 극장사의 첫 페이지를 행좌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홍 원장은 "신문물의 경로였던 부산을 통해 우리나라에 영화가 도입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보다 직접적인 자료가 확보된다면 우리나라 영화의 시작이 서울이 아닌 부산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상헌·최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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