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감독] 낡은 카메라로 '아빠 기억' 담는 시골아이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는 대개 졸졸 흐르는 시냇물 같다. '책상 서랍 속의 동화'나 '천국의 아이들'같은 작품이 그랬듯이 성난 폭포나 강수와 달리 그것을 보노라면 그저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이다.
오는 30일 개봉하는 '소년 감독'(감독 이우열)도 관객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물들이는 영화다. 강원도 노을골에 사는 밝고 착한 소년 상구가 아버지가 남긴 벽화를 8㎜ 카메라에 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사랑스럽게 그려낸다.
수채화 같은 하늘 아래 아름다운 논밭이 펼쳐진 노을골,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열한 살 상구는 아버지가 남긴 유일한 유산인 마을의 벽화가 철거될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것을 카메라로 찍어두기 위해 장롱에 있던 8㎜ 카메라를 꺼내 든다. 하지만 카메라 작동법은 어렵고, 필름도 없다.
마을 사진관 할아버지에 따르면 상구의 아버지는 과거 영화감독이었고, 아버지 친구 중 서울에서 영화학교를 운영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거기 가면 필름을 구할 수 있을 거라는 말에 모험심이 발동한 상구. 과연 도시에서 무사히 필름을 구해 노을골로 돌아올 수 있을까. 또 그 때까지 아버지의 벽화는 상구를 기다려줄까.
이 작품은 순박한 시골 소년의 '영화 만들기'라는 이색적인 소재를 성장영화에 접목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쉽게 소비되고 사라져버리는 시대에 구형 카메라는 여전히 아날로그적 향수를 자극하는 매체.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굳이 낡은 카메라로 기록하려는 상구의 이러한 노력은 쉽게 사라지는 모든 것에 대한 애정처럼 다가온다.
여기에 필름을 구하기 위한 상구의 '무작정 상경기'는 꿈을 향한 유쾌한 성장 모험으로 덧칠된다.
도시에서 우여곡절 많은 그의 여정은 단조로웠던 산골 소년의 삶에 신선한 활력소가 되고 객석엔 감동으로 전해진다. 적은 예산으로 제작된 독립영화임에도 상구역을 맡은 김영찬이나 김상호, 윤제문, 최여진 등 주·조연 배우의 개성연기는 영화의 맛을 한껏 우려낸다. 김호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