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낙남정맥] 그들이 남쪽으로 간 까닭은?

'사회과 부도'를 기억하십니까?
친구들과 산 이름, 강 이름 찾기 놀이를 하며 우리나라 지리에 대한 호기심을 채워나가곤 했었죠. 시험 준비기간, 뱀처럼 전국으로 뻗어 나간 산맥 이름을 외워야 할 땐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태백산맥, 소백산맥, 차령산맥, 노령산맥 등등. 혹시 나이가 들고 등산을 하면서 궁금증이 생기지는 않으셨나요? 태백산맥은 어디서 어디까지야? 그러면 소백산맥은? 실제로 산을 다녀보면 애매하게 산맥이 규정돼 있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랍니다.
우리가 배운 산맥들은 일제 강점기 일본 지질학자가 고작 1년여간 나귀를 타고 전국을 돌아보고 규정한 것입니다. 다소 허술하게 만들어졌다는 얘기죠.
그러다 지난 1980년대부터 산꾼들에게 새로운 사회과 부도가 나타났습니다. 조선시대 만들어졌다는 산줄기 족보인 산경표가 발견됐지요. 산경표는 우리 동네 뒷산에서부터 백두산까지 맥이 연결된다는 놀라운 이론을 전개했고 이후 산꾼들은 이에 홀린 듯 전국의 산을 누비고 다니게 됐습니다.
이 가운데 우리 지역 산꾼들에게 가장 친숙한 것이 바로 낙남정맥입니다. 낙동강 이남 지역을 해안지역과 내륙지역으로 명쾌하게 가르는 낙남정맥은 부산·경남의 종주 필수코스입니다.
최근 낙남정맥 마지막 코스를 두고 종전과는 다른 해석을 내리는 산꾼들이 나오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산경표를 현실에 맞게 재해석해서 마지막 매듭을 다르게 맺자는 것이죠. 부산·경남 지역 산꾼들은 이를 '신 낙남정맥 구간'이라고 부릅니다. 이들이 벌써 등산화가 닳아빠지도록 산을 누비고 있다고 해서 부산일보 산&산 답사팀이 둘러봤습니다.
560리에 달하는 낙남정맥 전체 구간에 비하면 마지막 코스는 10분의 1 정도입니다. 종주에만 꼬박 이틀 이상이 걸립니다. 이미 많은 산꾼들이 다녀가 곳곳에 산꾼들의 흔적이 남아있지만 원시림을 방불케 하는 빼어난 경치와 주변 조망은 산사랑을 북돋아 주기에 충분합니다. 지역 사랑도 새록새록 느껴지면서 산행 재미를 더해줄 겁니다.
올해엔 '신 낙남정맥' 종주에 도전해 봄은 어떠한지요?
글=이상윤 기자 nurumi@busan.com
그래픽=류지혜 기자 birdy@위성사진=다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