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불만 폭발 '국민의 힘'이 일으킨 '선거 혁명'
30일 치러진 일본 총선에서 민주당 압승을 주도한 하토야마 유키오(왼쪽) 대표와 막후 주역 오자와 이치로 대표대행이 도쿄의 선거본부에서 당선한 후보자의 이름 옆에 꽃을 달아주고 있다. 도쿄(일본)AFP연합뉴스30일 치러진 일본 총선에서 제1야당 민주당이 압승해 정권교체가 이뤄진 것은 자민당 54년 독주체제가 막을 내렸다는 상징성과 함께 '국민의 힘'이 '선거 혁명'으로 표출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지난 반세기동안 깊게 뿌리내린 보수 기득권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민주당의 개혁행보는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관료주의·부패 만연 유권자 불만 폭발
오자와 막후 역할…자민당 제동 변수
△'자민당 실망과 염증' 국민 심판=자민당은 2차 대전이후 패전한 일본을 경제대국으로 이끌었지만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 순종하는 일본 국민이 언제든지 자신을 지지한다는 '오판과 오만'에 빠졌다. 지나치게 관료에 의존하면서 관료 부패가 만연했고, 신자유주의 정책을 적극 추진하면서 빈부격차가 확대되는 등 국민의 불만이 극에 달했지만 이를 해소할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특히 이번 총선 전에 치러진 몇 번의 중요한 지역선거에서 자민당은 참패를 거듭했지만 "지방 선거와 전국 선거는 다르다"며 애써 외면하며 민심 이반을 자초했다.
아사히신문은 31일자 사설에서 저출산 고령화로 대표되는 일본사회의 구조변화와 글로벌화 속에서 지역경제가 피폐화되는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은 자민당에 대해 "이대로는 안된다" "정치를 바꾸자"는 국민들의 불신이 분출한 것으로 평가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사설에서 '자민당에의 실망과 염증'을 요인으로 분석하면서 "고이즈미 전 총리의 시장 원리주의적인 정책이 양극화 사회를 조장하고 지방의 피폐를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민주당 '새로운 일본' 민심 움직여=민주당은 자민당의 실정에 따른 반사 이익을 얻은 측면도 있지만 민심을 움직이는 선거전략이 주효했다고도 평가된다. 민주당은 2006년 출범한 오자와 이치로 대표 체제에서 유권자와 후보와의 대면접촉을 강화하는 등의 선거전략으로 전환했다. 이는 2007년 참의원 선거 대승으로 참의원 원내 1당의 자리에 오르는 결과로 이어졌다.
때문에 이번 압승의 배경에는 민주당 선거운동을 총연출·감독한 무대 뒤의 주인공이자 '선거의 귀재, 정치 9단'으로 불리는 오자와 대표대행의 막후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는 평가다.
여기에 이번 총선에서 자민당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겨냥, '새로운 일본' '이번엔 정권교체'라는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운 전략도 주효했다. 자민당이 수권정당의 책임력·경제회생을 내걸었지만 54년 자민당 체제가 결국은 국민이 아닌 관료를 중심으로 한 정치였다는 점을 부각한 민주당의 선거전략이 민심을 움직였다.
하토야마 유키오 대표는 '국민생활 중시' 정책을 내세워 내심 변화를 바라는 민심에 불을 붙였다. 출산·교육·고령자연금 등 국민 실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이 제대로 먹혔다.
△압승 불구 개혁 험로 예고=정권교체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참의원에서 단독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해 야당의 협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안보 등의 분야에서 시각차가 적지 않아 연립, 또는 정책 논의 과정에서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
국민이 몰표를 몰아준 근본적인 배경인 '변화'에 대한 요구를 어느 정도 실현할 지도 과제다. 이런 맥락에서 당 지도부는 선거 과정에서 제시한 대로 내년도 예산에 대한 전면적인 수술 등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야당' 자민당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도 새 지도체제를 구축한 뒤 그간 여당으로서의 국정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민주당의 각종 정책에 제동을 거는 등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크다.
후쿠오카=송승은기자·김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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