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통공사 박상인 감독 동아시아 경기대회 축구대표팀 사령탑 선임
"K리그에 가린 '내셔널리그' 위상 높이겠다"
지난 3일 부산 북구 구민운동장에서 만난 박상인 감독. 전용 연습구장이 없는 부산교통공사 축구팀은 북구 구민운동장과 영도구 마린구장 등지를 오가며 더부살이 연습을 하고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내셔널리그를 아는가? 아메리칸리그와 함께 미국프로야구(MLB)의 양대 리그라고 말씀하시는 분, 정답이다. 그러나 한국에도 내셔널리그가 있다. 한국의 내셔널리그는 야구가 아니라 축구다.
흔히들 '실업축구'라고 부르는 내셔널리그는 14개 팀이 4월부터 11월까지 전·후기리그로 나눠 열전을 벌인다. K리그가 한국 프로축구의 1부 리그라면 내셔널리그는 2부 리그에 가깝다. 단 유럽의 1, 2부 리그와는 달리 성적에 따라 리그를 오가는 '승급제도'는 없다.
'프로 선수'라고 하면 직업적으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내셔널리그에서 뛰는 선수들 역시 '프로'다. 그러나 그들은 '프로 선수'가 아니다. 프로축구연맹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재정적이 여력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프로구단을 운영하려면 한 해 100억원 이상의 운영자금이 필요하다. 그러나 실업팀을 꾸릴 때 드는 비용은 한 해 20억원 내외다. 이는 선수들의 몸값을 포함한다. 어차피 잘 나가는 선수들이 고액의 연봉을 받는 것이 '프로'의 세계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프로축구 선수는 직업 선수들 중 '잘 나가는' 선수들이고, 실업축구 선수는 상대적으로 '못 나가는' 선수들이다.
최근 대한축구협회는 오는 12월 2일부터 홍콩에서 열리는 제5회 동아시아 경기대회 축구대표팀으로 내셔널리그 선발팀을 출전시키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내셔널리그를 주관하는 한국실업축구연맹은 곧바로 감독선임위원회를 소집해 내셔널리그의 부산교통공사 축구팀 박상인 감독을 선발팀 감독으로 선출했다.
박상인 감독은 1970년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격형 미드필더. 당시 축구팬들이라면 1975년 서울 동대문운동장에서 열린 한일정기전에서 박상인의 통쾌한 슈팅을 잊지 못한다. 그 경기에서 박상인의 슈팅은 상대팀 골문을 통과한 후 골 네트마저 뚫어버렸다. 그 강력한 힘은 당시 한국과 일본 두 나라에서 한참 동안 화제가 됐다.
부산 동래고 출신으로 독일 분데스리가와 한국 프로축구 초창기 선수로 활약한 박상인 감독은 1987년 모교인 동래고 감독직을 맡으면서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박상인 감독이 이끈 동래고는 14년간 20여 회 이상 전국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박상인 감독은 이후 2006년 창단한 부산교통공사 축구팀을 이끌며 지난해 창단 3년 만에 내셔널리그 4강, 올해에는 내셔널리그 전기리그 2위를 기록하는 등 탁월한 지도력을 과시하고 있다. '부산 축구의 지킴이' 박상인 감독의 역량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그런 박상인 감독의 이번 대회를 앞둔 각오는 남다르다. 그의 어깨에 한국 축구의 위상뿐만 아니라 내셔널리그의 위상도 함께 걸려있기 때문이다. 지난 3일 부산교통공사 축구팀이 훈련하고 있는 부산 북구 구민운동장에서 만난 박상인 감독은 "반드시 대회 우승을 차지해 한국 축구는 물론 내셔널리그의 향상된 경기력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동아시아 경기대회의 위상은 월드컵이나 올림픽에 비해 다소 처진다. K리그의 그늘에 가려진 내셔널리그와 비슷한 처지다. 그러나 동아시아 경기대회에서 뛰는 선수들 역시 가슴에 태극마크를 단다. 그들 역시 한국 축구를 이끌어가는 선수들이다.
오늘(5일) 밤 한국 축구 대표팀이 호주 대표팀과 평가전을 벌인다. 내년 남아공월드컵 본선을 위한 모의고사다. 그만큼 중요한 경기다. 그러나 내년 월드컵 16강 진출 못지 않게 올 연말 벌어질 동아시아 경기대회에서 우리 내셔널리거들의 선전에 '파이팅'을 기원해보는 것은 어떨까.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