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in&out] <51> 부지런을 떨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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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을 취미로 가지려면 무엇보다 부지런해야 한다. 도심의 찌든 삶 대신 자연과 호흡하며 한껏 여유를 부리는 취미가 등산인데 "웬 부지런?"이라며 반문하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우선 산행을 하는 몸은 일상의 몸과 달라 오르막 내리막에서는 힘을 짜내기 마련이고, 최소 5㎏ 이상의 무게를 지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특별하다.

산행을 하는 사람들 사이엔 이런 말들이 있다. "더울 땐 벗고 추울 땐 입어라." 또 있다. "배고프기 전에 먹고 힘들기 전에 쉬어라." 특히 겨울 산행에서 중요한 것이 이런 부지런함이다.

겨울 산행에 나서면서 집에서 보온 내의라도 겹겹이 입고 왔다면 오르막 10분 만에 땀이 나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속하게 겉옷을 벗지 않는다면 흘린 땀이 이내 식어 자칫 심할 경우 저체온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위를 느낀다면 한 걸음 더 떼기 전에 겉옷을 갈무리하여 배낭에 넣어야 한다.

간단한 간식이라도 먹기 위해 한 10분을 쉰다면 그땐 곧바로 겉옷을 꺼내서 입고 보온을 해야 한다. 몸이 한 번 식으면 좀체 더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비상식량도 마찬가지이다. 허기를 느끼기 시작하면 이후 급속도로 체력이 떨어진다. 간식은 꺼내기 쉬운 곳에 넣어두고 배꼽시계가 종을 울릴 기미만 보여도 먹어주어야 한다. 오죽하면 '배낭 속의 식량은 집에 두고온 금송아지'란 말이 있을까.

산행을 하다가 솔잎 하나가 신발 안에 들어갔다. 발을 약간 꼬아서 통증을 없앴는데, 잊을 만하면 침을 놓는다. 결국 50보 쯤 참다참다 신발끈을 풀었다. 통증이 사라지니 행복이 물밀듯이 찾아왔다. 오르막길에서 '귀차니즘' 때문에 미룬 행위가 산행을 망칠 뻔 했다. 이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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