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대빵' 열심히 하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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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덱끼리 슈퍼마켓.'

길을 걷다가 본 간판이다. 슬며시 미소가 일었다. 첫눈에는 '福떡방'이나 '천하명당 복권방'처럼 잘 지은 이름 같아 보인다. 하지만 '덱끼리'의 뒷맛이 그리 깔끔하지만은 않으니…. '덱끼리, 덱키리, 대끼리, 뎃끼리, 댓끼리' 따위 다양한 변종이 있는 이 말은 아주 기분이 좋거나 일이 잘 풀릴 때 쓴다. 그러나 우리 국어사전에서는 전혀 근거를 찾을 수 없다. 하다못해 사투리로도 사전에 오르지 못한 걸 보면 즐겨 쓸 말은 아닌 듯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일본말에 '뎃키리(てっきり)'가 있다. 그래서 '틀림없이, 꼭'이란 뜻의 이 일본말이 우리나라에 건너와 '아주 좋다'는 뜻으로 쓰이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든다.

한데, 그 문제를 나라가 풀어준다. 국립국어원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역시 일본에서 온 말이란다. 그런데 뭔가 좀 수상하다. 국립국어원은 인터넷 홈페이지 '찾기마당'의 '어문규정>외래어표기법' 항목에서 이렇게 밝혀놓았다.

'tekkiri(일본어):뎃키리(O), 데끼리(×), 대끼리(×), 댓끼리(×), 덱끼리(×), 뎃끼리(×), 데키리(×), 덱키리(×), 대키리(×), 댓키리(×).'

그러니, 이 말이 외래어라는 이야기가 된다.(외래어라면, '국어에 편입된 외국어'라는 말이니, 바로 우리말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사전에도 없는 '적중값'이라는 말로 순화한다는 설명까지 달아 놓았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건 지나친 듯하다. 이러다간 외래어의 영역이 한없이 넓어질 것 같은 불안감마저 든다.

국립국어원의 지나친 의욕은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린 '대빵'에서도 나타난다. 주로 젊은이들이 "그 사람, 키가 대빵 커!"나 "오늘 기분 대빵 좋은데!"처럼 쓰는 이 말의 사전풀이는 이렇다.

'부사. 은어로, '크게 또는 할 수 있는 데까지 한껏'이라는 뜻을 나타내는 말.'

하지만 리의도 춘천교대 교수는 이 '대빵'을 일본말 '데빵(鐵板, てっぱん)'에서 온 것으로 본다. 즉 '대장, 우두머리, 철판'이라는 뜻인 이 일본말의 의미가 '최고→많이'로 발전하여 부사처럼 쓰인다고 풀이한 것.

이 해석에 무게를 싣는다면 '아타라시(→새것)'나 '소바(→메밀국수)' 같은 말은 물론, 요즘 들어 부쩍 쓰이는 '간지(→느낌, 태깔)'도 국어사전에 올려야 형평에 어긋나지 않는 셈이 된다. 우리말 어휘가 늘어나는 게 좋기는 하지만…. 이진원 기자 jinwo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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