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태가 교도소 동기에게 하려고 했던 '말'
이양 사망 시점 밝힐 열쇠는
'이양의 사망 시점을 밝혀라!'
12일 부산 사상구 덕포동 이양 납치살해 피의자인 김길태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가운데 이양의 사망 시점을 밝히는 것이 경찰 수사의 핵심 사안으로 떠올랐다. 경찰은 향후 김길태가 언제, 어디서 이양을 살해하고 유기했는지를 밝혀내야 한다.
#'석회가루'는 알고 있다.
김길태 살해 여부를 밝힐 수 있는 첫 번째 열쇠는 '석회가루'다.
경찰은 이양 실종 이틀 후인 지난달 26일 오전 11시 49분 이양 집 주변을 수색하던 중 40m가량 떨어진 폐가 뒤편 처마 아래에서 석회가루가 든 고무대야를 발견했다. 8일 뒤 이양의 시신이 발견된 물탱크에서 5m가량 떨어진 곳이다. 경찰은 지난 6일 시신이 발견된 날에도 오후 11시 10분께 같은 장소에 고무대야가 놓여 있는 것을 확인했다.
같은 날 물탱크 안에서 발견된 이양의 시신에 석회가루가 뿌려져 있었던 점으로 미뤄 경찰은 김길태가 이양의 시신을 유기하는 데 이 석회가루를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종 이틀 뒤인 26일 첫 발견…6일에도 그대로
성분 일치하면 공개수사전 살해 가능성
안양교도소 동기에게 건 전화내용도 단서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고무대야 속 석회가루와 이양의 시신 위에 뿌려진 석회가루의 성분이 일치하는지 여부에 대한 정밀분석을 진행 중이다.
만약 이 두 석회가루가 동일한 성분으로 밝혀진다면 경찰이 처음으로 석회가루를 발견한 26일 전에 이양이 숨져 물탱크 속에 유기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사진판독 결과 지난달 26일과 지난 6일 발견된 고무대야 속 석회가루는 위치와 양, 형태 등이 별반 차이가 없었다. 26일 이후에는 석회가루가 사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편, 경찰은 이 석회가루의 구매처에 대해서도 탐문수사를 벌이고 있다. 석회가루가 든 대야와 바가지 등에서는 지문 등 김길태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인근에 석회가루를 파는 몇 안 되는 가게에서 김길태가 직접 석회가루를 구입했을 가능성이 있다. 만약 김길태가 석회가루를 구입한 것으로 확인된다면 김길태가 이양을 살해한 뒤 물탱크 속에 이양의 시신을 은폐하기 위해 이 석회가루를 사용했을 개연성이 높다.결국 이양의 사체를 유기하면서 사건 은폐용으로 사용한 석회가루가 김길태에게는 범행을 자백할 수밖에 없는 족쇄로 작용할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김길태가 하려고 했던 '말'.
이양의 사망 시점을 푸는 두 번째 열쇠는 김길태가 교도소 동기에게 건 '전화 한 통'이다.
본보 취재 결과 이양이 실종된 다음날인 지난달 25일 오전 10시께 김길태는 안양교도소에서 함께 복역했던 감방 친구 A(33)씨에게 공중전화로 전화를 걸어 "A야, 너한테 할 말이 있다, A야, A야"라고 애절하게 말했다. 술에 잔뜩 취해 혀가 꼬인 목소리였다. 김길태는 이후 계속 한숨을 내쉬다 2분여 만에 수화기를 내려 놓았다.
A씨에 따르면 김길태는 25일 오전 0시 26분부터 30분까지 세 통화, 오전 9시 59분부터 10시 24분까지 일곱 통화를 하는 등 A씨에게 이날 하루 동안만 모두 열 통의 전화를 걸었다. A씨는 이 중 10시께 걸려온 전화에 수신버튼을 눌러 대화는 나누지 않은 채 김길태의 음성만 들었다.
A씨의 말을 종합해 보면 김길태가 전날 이양을 납치해 해코지한 후 죄책감에 시달리다 전화를 걸었을 가능성이 높다. 당시 김길태가 하려고 했던 말이 무엇인지 추론해 보면, 전화를 걸기 전 이미 이양을 살해한 뒤 유기를 했다는 정황적 근거가 될 수 있다.
게다가 김길태는 지난해 4월 자기보다 두 달 먼저 출소하는 A씨에게 "부산에 내려가면 사고칠 것 같다. 같이 안양에서 일을 하면 안 되느냐"고 말했고, A씨가 출소한 후에도 몇 차례 전화를 걸어 이 같은 '범행을 예고'하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길태는 덕포동 일대 빈집을 전전하며 좀도둑 생활을 하다 지난 1월 23일 20대 여성을 납치해 성폭행한 혐의로 지명수배됐고, 지난 2월 24일 이양을 납치·살해한 혐의로 결국 유치장 신세를 지고 말았다. 출소 전 김길태가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고 만 것이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