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토크] LG전자 에어컨 42년 아성 '김연아 CF'에 무너지나?
삼성전자 하우젠 에어컨 김연아 스페셜 에디션. 사진제공=삼성전자최근 가정용 에어컨 분야에서 삼성이 LG를 따라잡았다는 소문이 가전업계와 마케팅 업계를 중심으로 나돌고 있다.
'피겨여왕' 김연아를 내세운 삼성전자의 하우젠 에어컨이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으면서 1분기 실적에서 앞섰다는 얘기다. 이 같은 업계 얘기가 사실이라면 '김연아 CF'가 시장 판도까지 뒤집은 셈이다.
사실 가정용 에어컨은 LG전자가 삼성전자에 그동안 강한 면모를 보인 사업 분야다. LG전자는 지난 1968년 국내 최초로 가정용 에어컨을 출시한 이후 지난해 말까지 42년간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왔다. 시장점유율 통계는 구체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있지만 업계에선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삼성전자가 44~45%, LG전자가 52~53%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김연아의 삼성전자 에어컨 CF모델 발탁은 지난해 1월. 이후 백화점 등 고급매장에서 50% 안팎의 신장세를 보였지만 판매 순위를 바꿀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올 들어 삼성측이 김연아 마케팅에 집중했고 동계올림픽에서 피겨스케이팅 금메달을 따면서 지난 1월 각 사가 내놓은 2010년형 전략형 모델 판매에서 삼성의 하우젠이 LG의 휘센을 앞섰다는 것이다.
한 마케팅 업계 관계자는 "일반 소비자들이 LG 에어컨 광고모델이 누구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여러차례 모델이 바뀐 것도 그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자체집계결과 LG가 삼성을 근소한 차이로 앞선다"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설령 삼성이 앞선다해도 1~3월 판매는 전체 연간판매의 10%에 불과하고, LG 에어컨 출시가 2주 정도 늦어 다소 판매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면서 "삼성 에어컨 판매가 올림픽 영향으로 연초에는 좋아질 수 있지만 6~7월 여름이 본격화되면 시장 상황이 바뀔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물론 품질이 아닌 마케팅으로 판세가 뒤집어졌다면 해당 업체 입장에선 당장은 기뻐할 일이다. 하지만 품질력으로 올라선 것이 아니어서 결코 유쾌한 상황은 아니다. 알려지기로는 삼성측이 김연아 CF에 수백억 원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제품원가에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은 뻔한 일이다.
삼성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CF 모델을 잘 선택한 '행운'이나 재계 1위의 막강한 자금력으로 단기간에 앞설 수는 있지만 결국 소비자들은 품질을 선택한다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고. 배동진 기자 djb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