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면] 스쳐간 죽음은 사랑을 남겼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사랑의 승자/ 오동명

사진 제공 = 생각비행

김대중은 죽을 고비를 5번 넘겼다. 1번째는 50년 한국전쟁이 터져 피난을 하던 때였다. 서울에서 목포로 내려가는 중 비행기 폭격을 받았다. 엎드려 있다가 떨어진 밀짚모자를 주우려고 뛰었는데 엎드렸던 그 자리에 폭탄이 떨어졌다.

2번째는 목포에 내려가서 공산군에게 잡혀 목포형무소에 갇혔을 때다. 9월 말 공산군이 퇴각할 때 수감자들을 처형했다. 김대중도 그때 끌려나갔으며 바로 옆의 사람까지 처형되었다. 저들은 시간이 없어 김대중을 다시 수감시키고 퇴각했는데 그때 180명 중 100명이 처형됐다. 줄 서기에 따라 생사가 오갔다. 

3번째는 71년 대선 때 권력의 사주에 의한 살해 목적의 위장 자동차 사고였으며, 4번째는 73년 김대중 납치사건이었으며, 5번째는 80년 광주항쟁 때 이른바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으로 사형 선고를 받았던 일이다.

그는 말한다. "내가 수많은 시련에서 얻은 것이라면 사랑입니다. 어느 누구도 미워해서는 안 된다는 사랑입니다."

최근 출간된 '김대중 자서전'에 그는 썼다. '나는 일생 동안 끊임없이 공부했다. 숱한 시련과 실패 속에서도 내일을 준비했다. 사망의 계곡에 떨어졌을 때도 절망하지 않았다. 두려워 울면서도 미래를 설계했다.'

'사랑의 승자'는 사진기자가 찍은 김대중의 모습이 들어 있는 책이다. 한 장면의 사진은 91년 경찰의 폭력 진압으로 죽은 명지대생 강경대의 장례식을 끝내고 이어진 거리시위 때 모습이다.
 
그런데 경찰은 야당 총재 김대중의 얼굴에 분말로 된 최루가스를 뿌렸다. 흑백이라 잘 보이지 않지만 그의 눈은 충혈돼 있다. 최루분말을 입에 묻히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그가 말한다. "누구도 미워해서는 안된다. 사랑해야 한다." 오동명 지음/생각비행/144쪽/1만9천원. 최학림 기자 theos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