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동래시장 '신가네 호떡' "시장 손님에 따뜻함 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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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함없이 따끈한 호떡을 만드는 게 꿈이죠. 손님들이 맛있다고 하니까 그걸 유지하는 게 제 역할 아닐까요?"

13일 오전 부산 동래구 동래시장 한쪽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추운 날씨에 오들오들 떨리는 입으로 "호떡이오, 만두요"를 외치더니 김이 모락모락 나는 호떡 반죽 속 꿀맛으로 추위를 녹이고 있었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내 늘어선 줄 끝으로 몸을 재빨리 옮겼다.

호떡 굽는 이재근 씨
"1997년 개업 오랜 단골 많아"

길거리 찻집 정병순 씨
"언 몸 데우는 차 한잔 뿌듯"

주인 이재근(34) 씨는 신가네 호떡만의 특징을 '인연'이라고 정의한다. 지난 1997년 문을 연 신가네 호떡집은 10여 년 전 호떡을 사먹은 한 여고생이 그리운 호떡 맛을 찾아 아기를 안고 다시 찾기도 하기 때문이다.

"오래되다 보니 단골도 참 많아요. 다들 와서 옛날 이야기하면 참 좋죠. 한 여자 손님이 남편을 데리고 왔는데 알고 보니 잊고 지내던 저의 옛 친구라 엄청 반가웠죠!"

최근 이 씨의 호떡 굽는 손이 더욱 바빠졌다. 블로거들을 통해 입소문이 빠르게 퍼진 탓이다.

이 씨는 "어제 저녁에는 한 커플이 호떡을 사러 왔는데 반죽이 떨어져서 못 팔았더니 오늘 점심시간에 다시 호떡을 먹으러 뛰어왔다"며 "물가가 많이 오르니까 서민들이 싸고 맛있는 호떡을 더 많이 찾는 것 같다"며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호떡집만큼 유명세를 타지 못했지만 한 잔의 차로 온기를 전하는 상인도 있다. 동래시장에서 '길거리 찻집'을 운영하는 정병순(65·여) 씨가 주인공이다.

눈에 띄는 상점도, 간판도 없지만 커피부터 유자차 녹차 등 다양한 음료를 만들어낸다. 정 씨는 "손님들이 500원짜리 커피 한 잔으로 얼어붙은 몸을 잠시나마 따뜻하게 풀고 그 손님들이 다시 찾아와 500원짜리를 내밀며 커피를 주문할 때 장사할 맛이 난다"고 말했다.

요즘 정 씨는 뼈가 시리도록 차가운 바람을 막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정 씨는 "천막 하나만 있어도 사람들이 더 따뜻하고 여유롭게 차 한 잔을 마시고 갈 수 있지 않겠느냐"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성화선 기자 s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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