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을 넘어 세계로] 정전기 제거장치 생산 ㈜선재하이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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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썽꾼 정전기 잡아 무결점 생산 돕죠"

정전기 제거장치 전문업체 ㈜선재하이테크 이동훈 대표가 부산 기장군 일광면 청광리 본사 제품 생산라인에서 주력제품인 바 형태의 정전기 제거장치를 소개하고 있다. 김병집 기자 bjk@

정전기 제거장치 생산 ㈜선재하이테크

기원전 7세기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가 호박을 양피에 마찰시켜 처음 발견한 정전기. 유구한 역사를 가진 정전기지만 이에 대한 연구는 1940년대 미국의 한 탄광 갱내에서 정전기에 의한 폭발사고가 발생하면서 본격화됐고 이후 전 산업 분야로 확대됐다.

㈜선재하이테크 정용철 이사는 "정전기 연구는 안전공학에서 시작됐고, 1980년대 반도체산업이 본격화되면서 반도체, LCD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정전기의 유해성에 대한 연구로 확대됐다"며 "정전기 때문에 반도체가 오작동하거나 IC칩 소자 하나가 말썽을 부려 고가의 LCD 디스플레이가 불량이 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제품과 업체의 신뢰성 문제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의 소형화, LCD의 대형화로 정전기 제거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것.


대학서 연구 중 '유해성' 주목
정전압측정기 개발 기업 공급
"친환경산업 등 본격 진출 계획"


부산 기장군 일광면 청광리 선재하이테크는 첨단산업 분야의 생산공정에서 발생하는 정전기를 측정, 진단하고 제거하는 장치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업체다.

이 업체 이동훈 대표는 부경대 안전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지난 2000년 벤처기업으로 선재하이테크를 창업했다. 정전기 안전사고 연구와 컨설팅을 하던 이 대표는 고부가가치 첨단산업 분야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정전기의 유해성에 주목했다. 반도체, LCD 산업을 비롯해 자동차, 휴대전화 등의 분야에서 활용되는 고기능성 특수필름 산업에 이르는 고부가가치산업에서는 제품을 얼마나 '무결점'으로 생산하느냐가 제품의 경쟁력과 신뢰성 확보에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판단에 따라 선재하이테크는 '광이온방식'과 '코로나방전이온화방식' 등 두 가지 방식으로 다양한 용량과 크기의 정전기 제거장치를 개발해 생산하고 있다. 주력인 코로나방전이온화방식의 정전기 제거장치는 막대에 전류를 흘려보내 막대 끝을 이온화시킨 뒤 이온을 바람으로 정전기 발생지점에 쏘아 정전기를 중화시키는 장치이다. 생산공정의 특성에 따라 바 형태나 송풍기, 노즐, 권총 형태로 만들어져 공급된다.

또 생산공정상의 부품이나 완성제품에 정전기가 얼마나 발생하는지 측정하는 '정전압 측정기'와 정전기가 얼마나 발생할 수 있는지 미리 확인하는 '표면저항측정기'를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아울러 먼지를 제거해 주는 먼지흡착기(집진기)도 개발해 상용화했다. 정 이사는 "반도체의 불량을 일으키는 먼지는 정전기와 작용해 불량률을 극대화한다"며 "먼지 제거 시스템 구축에는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지만 부분적으로 먼지흡착기를 설치하면 적은 비용으로도 제품 불량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선재하이테크의 지난해 매출액은 210억 원. 이는 2009년 97억 원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 대표는 "초기에는 국내 대기업들이 우리 제품을 신뢰하지 않았지만 일본과 중국, 대만 등 해외에서 진가를 인정받으면서 국내에서 신뢰를 확보해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며 "일본과 미국의 제품이 국내 반도체와 LCD산업에서 정전기 제거장치 시장을 100% 점유하고 있었지만 우리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산화를 이뤘다"고 말했다. 국내 점유율은 반도체산업의 70% 이상, LCD산업의 90% 이상이며 주 거래업체는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SMD, LG전자, LG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동우화인켐, 하이닉스 등 유수의 업체들이다.

눈부신 성장은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인력양성을 통해 가능했다. 산업현장의 작은 요구에도 귀기울이며 매년 매출액의 1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또 정전기 기술 전문인력이 전무한 상황에서 자체 인력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선재하이테크는 최근 사상구 모라동에서 기장군 일광면으로 회사를 이전, 오는 20일 이전 개업식을 개최한다. 여기서 △첨단산업 분야 정전기 제거장치 세계 3대 기업 수성 △일반 공산품, 식품, 인쇄 등 전 산업 분야의 정전기 제거장치 세계 3대 기업 진입 △친환경·고령친화산업으로 사업 다각화 등 3가지 비전을 선포한다.

이 대표는 "생산 기술력이 전 세계적으로 평준화되면서 정전기를 얼마나 잘 제거해 무결점을 완성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한다"며 "정전기 기술을 기반으로 공기청정기와 의료기 등 친환경·고령친화산업에 본격 진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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