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칼럼]닉쿤, 리타, 조이… 한류의 진화
지난해 하반기부터 각종 미디어에서 태국 속 한류가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다. 얼마 전에는 대한민국의 아이돌 그룹이 총출동한 '태국 한류 콘서트'가 방영됐다. 바야흐로 태국 속 한류가 정점에 이르고 있다.
현재 한류는 태국에서 중요한 사회현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영화, TV 드라마, 대중음악 뿐아니라 음식, 패션, 게임, 애니메이션, 휴대폰, 전기제품 소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나타난다. 성형수술을 광고할 때도 '한국 연예인처럼 예쁜'이라는 말이 나오고, 화장품 광고도 '한국인처럼 하얀'이란 문구를 사용한다.
2000년대 초 이후 일방적인 한국 대중문화 수출이 주를 이루던 태국 속 한류는 점차 두 가지 진화를 보이고 있다. 첫째는 '태국적 요소가 가미된 대중문화'의 출현이다. 태국을 포함한 동남아 사람들이 등장하는 다문화 드라마나 다양한 TV 프로그램 등이 이 범주에 속한다. TV드라마 '불꽃'에서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는 장소가 태국의 휴양지 파타야였다. 이 드라마는 태국에서도 방영돼 한국에 대한 태국인의 친밀감을 높였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연예인 중에는 태국인이 유독 많다. 보이밴드 2PM의 닉쿤(닛차쿤), 데뷔 음반 '후 케어스'를 발표한 리타, '닥터 필 굿'을 내놓은 여성그룹 라니아의 멤버 조이 등이 모두 태국 출신이다.
두 번째 진화 현상은 첫째와는 반대의 경우로 태국에서 한류를 태국 대중문화물에 가미시켜 그들의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것이다. 근래 들어 태국 영화의 새로운 트렌드 중 하나는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제작 방식이다. 태국영화 '우연'(As it happens, 2009)과 '꾸원 믄 호'(헬로 스트레인저, 2010)가 이에 해당한다. 특히 '꾸원 믄 호'는 거의 전 과정을 한국에서 촬영했고 흥행에도 크게 성공했다.
한류는 한국의 대중문화 수출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태국적 요소가 가미된 대중문화'의 출현과 한국을 배경으로 한 태국 문화상품의 경쟁력 제고는 호혜적이고 공생적인 성격을 띤다. 이런 맥락에서 한류의 진화 현상은 우리에게 국가우선주의나 경제제일주의의 낡은 틀에서 벗어나 한류에 대한 폭 넓은 시각을 재구성해야 할 필요성을 제시해 주고 있다.
김홍구·부산외국어대 태국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