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짐을 기억하다
이인미의 '영도다리'. 대안공간 반디 제공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고 했다. 하지만 없애는 것을 밥 먹듯이 하는 한국에서 추억과 기억도 하나둘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이런 아쉬움을 달래기라도 하듯, 옛 모습을 기억하는 사진전이 나란히 열리고 있다.
·문진우 사진전-하야리아, 그 내밀한 속살
사진가 문진우는 말했다. "하야리아는 어둡고 아픈 우리 역사의 산물이지만 그것 역시 우리 역사의 한 페이지임에 틀림없고 무엇보다 사라질 대상이었기에 기록할 수밖에 없었다"고.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인들의 경마장으로, 해방 후엔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미군의 주둔지가 됐던 곳. 지금은 시민공원 조성을 앞두고 대부분의 건물이 철거된 상태로 남아있는 곳 하야리아.
역사의 산물 하야리아·영도다리
아쉬움·그리움 담은 사진전 2제
그 하야리아를 문진우가 카메라에 담아 사진전을 열고 있다. 전시 작품은 모두 100여 점. 시민개방 전인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15개월에 걸쳐 찍은 사진 1만 5천 컷 가운데 추려냈다.
전시장엔 유독 흐린 사진이 많다. "처음에는 부끄럽고 아픈 역사의 산물이라는 것을 의식했죠, 그래서 태풍이 오기 전, 비가 오기 직전 흐린 하야리아의 표정을 담았습니다."
하지만 전시 중반부부터 사진은 점점 다양성을 드러낸다. 맑은 날의 하야리아, 눈으로 덮인 하야리아의 표정도 있다. 의식적으로 풀이나 숲을 배경으로 한 사진도 많이 찍었다. 그는 "하야리아가 원래 '아름다운 초원'이라는 의미라, 녹색 공간을 의식하고 찍었다"고 했다. 전시장 말미에는 무궁화꽃이 활짝 핀 하야리아도 만날 수 있다.
"하야리아 내에 무궁화가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얼마나 반가웠던지, 이곳이 우리 땅이라는 것을 사진으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하야리아, 사진 속에 잠들다=18일까지 경성대 제1미술관. 010-4556-1058.
·이인미 사진전-담담하게 담아낸 영도다리
부산의 명물이 되기도 하고 노래가사의 중심이 되기도 했던 영도다리. 영도다리는 아픈 상처였고 추억이었다. 지금도 그리움의 상징으로 남아있다.
영도다리의 옛 모습을 기억하는 흑백 사진전이 대안공간 반디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영도다리 해체 및 복원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이인미 작가가 담은 사라져가는 영도다리의 모습이다. 작품은 17점.
작가는 지난 20여 년 동안 부산 곳곳을 흑백 사진에 기록하는 작업을 해 왔다. 건축물이나 담, 길, 옹벽이 만들어내는 시각적인 이미지를 작가 특유의 감정은 배제한 채 담담하게 그려내곤 했다. 이번 전시도 마찬가지. 그리움의 영도다리이지만 시각적인 이미지로 묵묵히 카메라에 담아냈다.
해체되고 남은 교각, 현인노래비 옆 석축 틈새로 바라본 영도다리의 모습처럼 영도다리의 서정적 풍경보다는 구조물이 가지고 있는 물리적인 특징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전시장 뒤쪽 프로젝트 룸에서는 영도다리 해체 과정을 영상으로 담은 미디어 활동가 이준욱의 '절(絶)-영도교'도 만날 수 있다. "영도다리가 해체됨으로써 부산과 영도가 나뉘는 것은 아니지만 영도다리와 함께 삶을 살았던 사람들의 기억은 끊어진다"는 작가의 말처럼, 해체 과정은 담은 영상은 애잔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다리를 건너다=22일까지 부산 수영구 광안동 대안공간 반디. 051-756-3313.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