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장사 이만기의 인생은 씨름이다] ⑤ 대학 교수 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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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강의 앞두고 불법 과외

운동을 계속하면서 대학원을 다닌 지 2년 6개월 만에 석사모를 썼다. 문무를 겸비하라는 은사의 고언을 받아들인 결과였다. 맨 오른쪽이 이만기 교수.

'문무를 겸하라'는 교수님의 말에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을 생각했다. 씨름계의 왕좌는 자주 엎치락뒤치락 했다. 잠시라도 운동을 게을리 하거나 방심하면 타이틀은 어느새 남의 것이 되었다. 대학 졸업 후 입단한 현대코끼리 씨름단은 연고가 울산이다. 현대중공업 간부사원 숙소에서 기거를 했다. 수업이 있는 날은 울산에서 마산까지 갔다. 자가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자가용은 나중에 아내와 몰래 데이트를 할 때도 아주 유용하였다.

1989년 '씨름선수들의 기술 사용 실태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석사를 마쳤지만 졸업 논문이 통과되지 못했다. 지도교수가 여간 깐깐한 것이 아니었다. '천하장사 이만기'라는 이름이 있어 쉽게 통과시켜 줄 수도 있었겠다. 하지만 지도교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당시엔 섭섭했는데 지금은 그 독이 약이 되었다. 코스모스 졸업을 했다. 석사 이만기가 탄생한 것이다.


매일 밤 현직 교사에 도움 받아

씨름 결승보다 첫 시간 더 긴장

2시간짜리 수업 25분만에 끝나


논문이 통과되고 학위가 생기자 울산대에서 강의를 맡아보라는 제안이 왔다. 한 학기 교양 체육을 맡기로 했다. 이만기가 교수가 된다고 하니 신문과 방송에서 난리가 났다.

세상의 관심이 나에게 쏠렸지만 내 걱정은 다른 데 있었다. 대학 강의를 어떻게 하는 지 학교에서 세세하게 가르쳐주지 않는다. 큰 걱정거리가 생겼다. 할 수 없이 바로 위 형님에게 SOS를 쳤다.

"형님아 내가 교양체육을 맡아 수업을 해야 하는데 우째야 되노?" 갑수 형님은 울산 청운고에서 체육교사를 하고 있었다.

"수업 그거 너무 크게 신경 쓸 것 없다. 훈련 마치고 저녁에 온나 내 하고 연습해보자."

그렇게 현직 교사와 예비교수의 불법 과외가 시작되었다. 매일 저녁마다 과외가 진행되었다. 특별과외도 받은 터이다. 자신감이 붙는 듯 했다.

첫 수업이 시작되었다. 교양체육을 맡은 과가 울산대 응용디자인, 산업디자인, 시각디자인 등 대부분 여학생이었다. 방송카메라 수십 대가 몰려와 강의실 뒤에서 진을 치고 있었다. 당시 이만기가 교수된다고 해놓으니까 언론이 난리가 났다.

2시간 강의. 어떤 천하장사 결승전보다 더 긴장이 되었다. 아이들은 이만기가 무슨 이야기를 하나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방송카메라는 환한 조명을 밝히고 촬영 중이었다.

"흐흠, 이만기입니다." 칠판에 한자로 이만기(李萬基)라고 크게 썼다.

형님과 나는 첫 수업의 계획을 이렇게 짰다. '한 시간은 이론을 하자. 체육이 뭐다. 현황을 설명하고, 미래를 이야기 하고, 발전 전망을 제시하자. 그 다음은 학생들이 왜 체육을 해야 하는지 설명하자. 그러면 또 한 시간이 지난다. 혹시 시간이 남으면 씨름이나 개인에 대한 질문을 받자.'

이만기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150명의 학생들은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당시 수업 정원은 60명. 학교 측이 배려했던지 대형 강의실이었는데 150명의 학생이 들어찼다. 취재진까지 몰려 북새통을 이뤘으니 그 열기는 어떤 모래판 보다 뜨거웠다.

수만 관중 앞에서도 땀을 안 흘리던 놈이 땀이 삐질삐질 나기 시작했다. 겨우 25분이 지났다. 한 달 동안 특별 과외를 받으면서 짠 두 시간짜리 수업안은 단 25분 만에 끝이 났다. '이게 아닌데. 이렇게 나가면 안되는데' 속으로 되뇌었지만 밑천은 떨어졌다. 더 이상 수업을 할 게 없었다. 카메라는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그때 번쩍. 씨름 하는 사람들이 순발력이 좋다. 강호동이 MC를 잘 봤던 것도 그런 것이다. 상대를 빨리 읽어야 이길 수 있으므로.

"지금부터 씨름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인연을 맺은 씨름 이야기가 술술 풀려나왔다.

울산대 학기가 끝날 때쯤 인제대에서 교수 초빙을 했다. 1991년부터 인제대 자연과학대 사회체육학과 교수로 있다. 운동생리학을 파고들어 중앙대에서 2001년 '트레드밀 운동부하를 통한 운동선수들의 총 항산화 능력과 항산화효소의 활성변화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정리=이재희 기자 jae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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