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부일영화상 심사평] 아름다운 경쟁, 그리고 만개할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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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은 부일영화상이 20회를 맞이하는 해이다. 부일영화상이 재개된 시점으로 따지면 4년째에 해당한다. 여느 해처럼 한국영화는 새로움을 향한 도정에 나서고 있었고, 심사위원들은 그러한 도정을 지켜보면서 어떤 상을 누구에게 주어야 할까 하는 행복한 고민에 휩싸였다.

치열한 논란 끝에, 올해의 최우수 작품상은 티피에스컴퍼니의 '고지전'에 돌아갔다. 경쟁작이었던 '만추'는 여러 면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으나, '고지전'이 전체적인 완성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고, '만추'는 감독의 연출력에서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두 작품의 명암이 다소 엇갈렸으나, 두 작품은 한국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과 미래를 보여준 작품으로 평가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남우 주연상은 다채로운 연기 활동에도 불구하고, 상복이 적었던 류승범에게 돌아갔다. 류승범은 '부당거래'를 통해 기존 류승범의 연기를 한 차원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여우 주연상은 아직은 신인의 인상을 완전히 벗지 않은 정유미에게 돌아갔다. 심사위원들은 정유미의 미래적 가능성에 큰 기대를 걸고, 이 상을 수여하기로 했다.

가장 치열했던 분야는 남우 조연상과 신인 감독상이었다. 남우 조연상에서는 '고지전'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보여준 고창석이 발군이었다. 그의 연기 폭은 이미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남자 배우 최고의 수준에 올라 있었다. 여자 조연상은 '아이들'의 김여진에게 돌아갔다.

올해에는 뛰어난 역량을 자랑하는 신인 감독이 다수 발굴되었다. '무산일기'의 박정범이 영예의 신인상을 받았지만, 경쟁작이었던 '파수꾼'도 아낌없는 찬사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또한 신인 남자 연기상의 이제훈, 신인 여자 연기상의 강소라는 한국 영화의 앞날을 밝게 할 수 있는 재목으로 평가되었다. '방가방가'나 '최종병기 활', 그리고 '마당을 나온 암탉'도 각본, 촬영, 음악 분야에서 놀라운 성취를 보여주었다. 특히 '방가방가'의 문제의식, '최종병기 활'의 촬영 감각은 한국 영화의 미학을 한 차원 높였다는 평가를 얻었다.

제20회 부일영화상에서 확인한 가장 놀랍고 반가운 결과는 한국 영화의 미래를 맡겨도 좋을 만큼 새로운 가능성을 지닌 영화인들이 다수 등장했다는 점이다. 신인 배우, 신인 감독, 젊은 스태프의 등장은 지금뿐만 아니라 앞날의 한국영화를 밝혀줄 것이다. 그들의 선전과 활약을 기대하면서, 오늘의 이 상이 그들의 가능성을 꽃피우는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김남석(부경대 교수/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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