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부일영화상] 최우수 감독상-김태용 감독
'2011년판 만추' 모험 성공, 정말 기쁘다

"기쁘죠, 정말 기쁩니다."
제20회 부일영화상 최우수 감독상을 받은 김태용 감독의 입에서는 "기쁘다"는 말만 자꾸 맴돌고 있었다. 흔히 그의 영화 '만추'를 두고 '2011년판 만추'라고 부른다. 왜냐하면 1966년 개봉한 이만희 감독의 '만추'와 구분하기 위해서다.
기존의 영화를 리메이크하는 건 감독으로서 적지 않는 모험. 원작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벗어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제작사 측에서 먼저 영화 제작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이야기가 들어왔다. 종전 '만추'와 다른, 정말 다른 느낌의 영화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고 했다.
'가족의 탄생'으로 확고한 연출 세계를 확립한 김 감독은 제작사 측의 '난데없는 제안'을 '창의적인 리메이크'로 완성해냈다. 정작 김 감독은 이 감독의 만추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필름이 남아있지 않아서요."
현빈과 탕웨이를 캐스팅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 물었다. "현빈은 밝고 건강해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순수한 느낌이 있을 것 같았고, 탕웨이는 나이에 비해 성숙한 느낌도 들고 차분하면서도 안에서 격정적인 뭔가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 캐스팅한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가 진지한 예술영화처럼 다가온다고 하자 "장면이 좀 느리다 보니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예술영화로 만들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
여고괴담2(1999년), 가족의 탄생(2006년), 만추(2011년)로 이어지는 그의 영화. 다음은 어떤 영화가 준비돼 있을까? "현재 시나리오를 쓰는 중입니다. 이르면 내년쯤이면 촬영도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