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작 선정 이유] '시대의 모순' 섬세한 언어로 풀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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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에 임하면서 우리 심사위원들은 요산문학상의 정신과 전통이 무엇인가를 먼저 확인하였다. 오늘날 허다한 문학상이 생기면서 고유한 문학상의 가치를 지키는 일이 더욱 소중해졌기 때문이다. 요산문학상은 무엇보다 구체적인 삶에 대한 천착이라는 전제를 안고 있다. 요산 김정한 선생은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사회적 조건의 제약과 억압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을 줄곧 그들의 시각과 언어로 비판해 왔다. 오늘의 관점에서 그의 문학은 사회적 약자와 인간의 탐욕에 짓밟히고 있는 생태 자연을 향한 것으로 이해된다.

최종적으로 거론된 작품들은 요산 문학을 각기 일정 부분 계승하고 있었다. 사물에 가장 적합한 언어를 가려 쓰면서 삶의 세목에 세심한 눈길을 보내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세속의 욕망에서 진실을 건져내려는 작품도 있었다. 관계에서 비롯하는 상처와 고통을 찬찬히 따진 작품도 있었다. 최종적으로 심사위원 전원이 공감한 작품은 공선옥의 '꽃 같은 시절'이다. 이 작품은 순하고 약한 사람들의 순하고 약한 항거의 이야기이지만 우리 사회가 결코 잊어버리지 말아야 할 내용을 담고 있다. 결국, 우리가 사는 사회는 이토록 나약한 생명체들을 품고 그것을 아끼고 지켜갈 때 희망이 있을 것이기에, 작가의 따뜻한 시선과 인물들의 삶에 적실한 말들이 현란하고 부박한 오늘을 사는 우리를 충격한다. 수상을 축하한다. 덧붙여 요산문학상을 수상한 첫 여성 작가라는 점도 경하한다. 제28회 요산문학상 심사위원회

(염무웅, 이규정, 조갑상, 구모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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