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부지 개발 욕심에 약속 뒤집고 '기습 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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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산 '돔구장 꼼수' 해고자는 운다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돼 있는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 풍산 소유 공장터 일대. 풍산은 이 부지에 돔구장과 아파트 등을 지어 개발하고자 하는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곳은 장산 자락에 위치해 있어 녹지가 비교적 잘 보전돼 있다. 부산일보DB

영하 7~8도를 넘나드는 강추위가 기세를 부리던 2일 밤.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앞 인도 한 켠에선 작업복과 방한복을 껴입은 노동자 10여 명이 이름도 생소한 '무천막 노숙 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지난 해 11월부터 파업 중인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 ㈜PSMC(옛 풍산마이크로텍) 해고 노동자들로 지난달 26일부터 여드레를 언 땅 위에서 밤을 보냈다. 파업 94일째를 맞은 노조는 유인물 100만 부를 배포하며 항의 집회와 노숙을 하는 '9일 행동'을 3일 일단 마무리한다. 이들은 왜 거리로 나왔나?



■ 돔구장 줄게, GB해제 다오

풍산은 140만㎡(약 43만 평)에 달하는 광활한 부산공장 부지를 활용할 방법을 진작부터 준비해왔다. 이 논의는 지난 2004년 부산시의 광역도시계획에 의해 전체 부지의 절반인 69만㎡(21만 평)이 개발제한구역 조정가능지역으로 바뀌자 돌연 활기를 띠게 된다.

풍산 측은 그동안 테마파크, 골프 아카데미, 영어마을 등 10개 이상의 개발 계획을 세워 부산시를 만나 적극적으로 설명해 왔다.

허남식 부산시장의 공약사항이기도 한 돔구장 건설에 대해 시의 긍정적인 답변을 들은 풍산은 급기야 지난 2009년 해운대구 반여동 재개발을 위한 종합 마스터플랜을 수립한다. 그룹 차원의 이 계획은 '부산 해운대구 풍산부지 마스터플랜 기본 구상'이라는 설계 공모전으로 진행된다.

그 해 9월 서울 소재 H건축의 설계안이 채택된다. 다음해 풍산은 이 설계안을 기반으로 미국의 유명 설계 회사인 포플러스(POPULOUS)에 스포츠 컴플렉스 설계를 의뢰했다.

이렇게 완성된 설계안에는 돔구장과 호텔, 쇼핑몰, 공원, 의료단지는 물론 아파트 등 주거시설도 포함됐다. 공익적 목적의 개발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아파트와 부지 분양을 통해 수익성을 추구하는 속내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지난 1월 초 전경련을 통해 돔구장 건립 TF를 제안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풍산 측은 지난 2일 전경련 고위 인사까지 대동하고 부산지역 언론사를 돌며 여론몰이에 나서는 등 돔 구장 개발 합리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에 대해 풍산그룹 관계자는 "도시 균형발전을 저해하고 있어 돔구장을 중심으로 한 스포츠 컴플렉스로 개발하는 것이 최적"이라며 "낙후된 해운대 북부지역의 고용 창출은 물론 7조 원 가량의 경제 유발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땅 장사 시세차익 챙기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
겉으론 돔구장 여론몰이 속으론 분양 돈벌이 노려
풍산측 "돔구장과 매각은 무관하다" 해명 급급




■ PSMC 매각은 '혹 떼기' 전략?

풍산은 지난 2010년 초 풍산마이크로텍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소규모 IT기업 H사와 매각 협상을 벌였지만 '매출액 1천억 원대 회사를 정체 모를 밴처기업에 팔려한다"는 안팎의 반발에 부딪혀 매각 협상을 중단했다.

풍산은 매각주간사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또 다시 인천 소재 휴대전화 키패드 제조업체 ㈜하이디스와 매각 협상을 이어갔다. 결국 그 해 12월 29일 직원들이 단체 휴가를 간 사이 풍산홀딩스 지분 57%를 240억 원을 받고 팔아넘겼다. 그룹 부회장이 공장을 찾아와 "매각은 없다"고 선언한 직후였다.

그러나 하이디스는 통화옵션상품 키코(KIKO) 사태로 큰 손실을 본 상태였다. 하이디스는 재무적 투자자인 드벡, 유카인터내셔날과 함께 지분을 나누고 매각 대금 전체를 차입했다. 하이디스는 풍산마이크로텍 주식을 담보로 서울 강남의 금융업자 이 모 씨에게 110억 원 가량을 빌렸다. 결국 금융업자 이 씨가 주식 30%의 실권을 행사하게 된다.

이 씨는 기업 인수합병 및 구조조정 전문가들이 자본금 1억원으로 만든 유한회사 FNT와 협상한 끝에 임원 3인이 주식 7%(당시 27억원 상당)를 사들이는 조건으로 경영권을 넘긴다. 이 씨는 나머지 주식을 5% 이하로 쪼개 투자자들에게 매각했다.

풍산마이크로텍을 처음 매입한 하이디스는 최근 당좌거래가 정지되고 인터넷 홈페이지와 전화 등 통신이 두절되는 등 부도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PSMC 노조는 FNT 회장이 지난 2000년 이른바 '동방 게이트'에 연루돼 유죄가 확정된 전력이 있는 기업인수합병 전문가라는 점 등을 들어 경영권 변화 과정이 개발에 앞선 사업 정리용 기획 매각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돔구장 건설을 위해 ㈜PSMC를 기획 매각했다는 주장에 대해 풍산 측은 "매각과 돔구장 건설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반여동 땅 개발을 본격화하면 모든 공장을 이전해야 하는데, 제3자에 ㈜PSMC를 매각할 경우 이전 협상을 벌여야 하는 등 상황이 더 복잡해진다는 것이다.

풍산 측 관계자는 "한때 반도체 부품인 리드프레임 제조업이 잘 될 때가 있었다"며 "최근에는 저임금을 내세운 중소기업에 밀려 경쟁력이 떨어지다 보니 가슴 아프지만 매각을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심층기획팀=이재희·박세익·이자영 기자 deep@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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