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동해가 '일본해'라고? 일제가 목청껏 불렀던 전시동원가요에 '동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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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 정부가 군인들의 사열이나 국민들의 국가의식행사 때 제창을 권장한 한 전시동원가요에 '동해'라는 명칭이 명기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바르게살기운동 부산진구협의회 회장을 지낸 수필가 박기용(67) 씨는 얼마 전 선친이 남긴 일제강점기 축음기판과 작곡집 등을 정리하던 중 '박시춘 기타 작곡집'의 '애국행진곡'이라는 전시가요에서 '동해'가 표기된 가사를 발견했다.

일제의 조선인 강제징병과 전시동원체제가 본격화하던 1935년(소화 10년)을 전후해 발간된 이 작곡집은 '이별의 부산정거장' 등의 애창곡을 지은 작곡가 박시춘(1913~1996)의 대표곡을 모아 놓은 책으로, 일본 정부가 선정해 권장 수록한 문제의 '애국행진곡'이 그 첫 번째 곡으로 실려 있다.

日 정부 권장 '애국행진곡'
수필가 박기용 씨가 발견


'보라 동해(東海)의 하늘이 밝아와 욱일(旭日:떠오르는 해, 일본제국주의를 상징)이 높게 빛나면'으로 시작해 '사해(四海:일본과 한국)의 사람을 따르도록 하여 평화의 나라를 만들자'로 끝맺음하는 이 곡은 일본 제국주의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있다. 이 곡의 작곡자는 박시춘이지만 작사가는 '내무부 정보과 선정'이라고만 명시돼 있어 박시춘이 작사까지 했는지 여부는 불명확하다.

사학자들에 따르면 이 '애국행진곡'은 모든 국민이 정부 공식행사 등에서 단체행동을 할 때 일본의 국가 격인 '기미가요'와 함께 불렀다. 군가로까지 불려 군인들이 사열할 때 발맞추는 데도 애창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산진구에 사는 한 일제 징병자는 "조선강제징용 및 징병자들도 이 곡을 불렀다"고 회고했다.

이 곡에서의 동해는 일본의 동쪽 바다라는 뜻의 보통 명사가 아니라, 우리가 부르는 고유 바다의 명칭 '동해'를 지칭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다른 전시가요인 '태평양행진곡'에는 일본의 동쪽 바다를 태평양이라고 명시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당시 현재의 동해에 대해 일본 정부 역시 '일본해'라는 명칭 대신 '동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는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사료로서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한일문화연구소 김문길 소장은 "조선인 징용자들은 물론 일본 국민들까지 애국행진곡을 불렀다는 것은 당시 일본인들 역시 일본해라는 명칭을 쓰지 않았고 동해로 불렀다는 것을 방증한다"며 사료적 가치를 평가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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