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작 선정 이유] "역사적 배경에 숨길 불어넣고 상투적 이해 물리친 것에 주목"
지난 8일 열린 제29회 요산문학상 심사에서 심사위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심사위원들은 먼저 요산 김정한 선생의 문학 정신을 되새기고, 이 정신을 계승하고 확산하려는 요산문학상의 제정 취지와 의의를 재확인했다. 문화는 곧 돈, 혹은 문학도 돈이 되는 문학이어야 한다는 우려할 만한 인식이 널리 퍼져 있는 가운데 민족사의 어둠을 민중과 함께 견딘 요산의 문학은 우리의 공동 지혜로 기억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요산 문학은 굽도 젓도 할 수 없는 약자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역사를 통해 현재의 우리를 발견토록 하기 때문이다.
긴 논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세 편이 남았다. 어떤 작품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물으며 존재의 완성과 구원이 무엇으로 가능한가를 탐구했고, 다른 작품은 예술적 진실이란 무엇인가를 자문하면서 우연과 필연, 가시적인 것과 비가시적인 것의 관계를 탐구했다.
치열한 갑론을박이 오간 끝에 심사위원 전원은 강동수의 '제국익문사'를 수상작으로 결정하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 장편소설은 국권상실기의 역사적 배경에 숨길을 불어넣고 역사란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 그 물음에 답하는 과정에서 작가가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선으로 소설적 긴장을 유지하고, 개화와 수구, 애국과 매국, 친일과 반일, 진보와 보수에 대한 상투적 이해를 물리친 것은 크게 주목할 만한 성취이다. 복잡하고 다채로운 자료를 훌륭하게 장악한 솜씨도 높이 평가받아야 할 점이다. 또 개인의 절절한 내면을 통해 민족의 명운을 지각하게 한 점, 지나간 과거를 현재의 전사로 이해하고 이로써 한반도의 현재를 성찰할 수 있도록 형상화한 것도 이 작품이 이룬 성과다. 수상자에게 기쁜 마음을 전한다.
제29회 요산문학상 심사위원회
(구중서 이복구 조갑상 황국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