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건달' 손금 스쳐간 칼날 … '무당이 된 건달'의 좌충우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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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건달. 쇼박스 제공

조진규(52) 감독은 충무로에서 비교적 '학구파'로 통한다. 영남대 미술학과를 졸업한 뒤 일본 와세다 대학에서 영화이론을 전공하고 돌아와 영상감각이 뛰어나다. 하지만 영화 입문은 좀 늦었다. 그런데 데뷔작이 대박을 터뜨렸다. 2001년 첫 연출작이 '조폭 마누라'였는데 흥행에 크게 성공하고 소위 '조폭 신드롬'도 일으켰다.

'여자 조폭'과 '마누라'를 절묘하게 빚어낸 흥미로운 캐릭터를 탄생시켰던 그가 이번에는 '박수무당'과 '건달'을 합친 독특한 캐릭터를 들고 나왔다.

'조폭마누라' 조진규 감독 신작
박신양 '원맨쇼'에 명품 조연 눈길
화려한 액션과 웃음, 맛깔나게 버무려


조 감독의 다섯 번째 작품인 '박수건달'은 탄탄대로 건달 인생을 걸어오던 주인공이 운명의 점지로 신내림을 받은 후 건달과 무당 사이에 선 딜레마를 유쾌하게 풀어낸 코믹 액션물이다.

보스에겐 신임을 받고 부하들에겐 존경받는 건달 광호(박신양)는 라이벌 건달 태주(김정태)에게 칼을 맞는다. 천운으로 위험은 모면했지만 손금을 스쳐간 칼날에 운명선이 바뀌면서 그의 팔자가 요동을 친다.

이어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상 증상들이 나타나고 불운을 떨치려 굿을 하러 가지만 되레 신내림을 받게 된다. 이후 광호가 박수무당과 건달로 아슬아슬한 이중생활을 하게 되는데….

'낮에는 무당, 밤에는 건달'을 영화 카피로 내세운 이 작품은 유쾌한 웃음과 가슴 뭉클한 감동을 안겨 주는 영리한 코미디다. 인터넷에 소개된 실화를 소재로 삼았는데 기본적으로 '딜레마'에 대한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주인공이 건달과 무당 사이에서 고민을 하게 되는데 과연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은연중 관객들에게 묻는다.

하지만 그렇게 고민하면서 볼 것은 없고 '팝콘무비'처럼 부담없이 즐기면 된다. 그래서일까. 건달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영화는 막을 올리자마자 부산을 배경으로 깔끔한 자동차 추격, 바닷가 격투 등 화려한 액션신이 수를 놓는다.

남자 무당으로 변신한 박신양의 원맨쇼도 이어진다. 무당 특유의 앙칼진 목소리와 손님들을 향한 직설화법에다 우스꽝스러운 표정연기까지를 곳곳에 배치해 코미디 장르임을 인식시킨다. 또 깔끔한 정장 차림의 건달과는 다소 거리가 먼 무당의 휘황찬란한 의상이나 메이크업은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영화 말미 태주 일당들에게 폭행을 당해 기력이 떨어진 광호가 빙의 상태에서 싸움을 하는 장면은 이 작품의 캐릭터가 가장 돋보이는 장면으로 꼽을 만하다. '달마야 놀자'(2001) 이후 12년 만에 코미디영화에 복귀한다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박신양은 극 중 액션과 코미디를 절묘하게 조화시킨다.

여기에 김정태, 조진웅, 김성균 등은 미친 존재감으로 명품 조연을 선보이고, '내조의 여왕' '선행천사'라 불리는 배우 정혜영이 극 중 미모의 여의사로 등장하는데, 짧은 머리를 하고 처음 스크린 나들이를 한 모습이 눈길을 끈다.

조폭 캐릭터의 진화에 일가견이 있는 '학구파' 조진규 감독이 이 작품을 통해 대한민국의 코미디 팔자를 어떻게 바꿔 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3일 개봉. 김호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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