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4 재·보선> '안풍' 여의도 상륙…숨죽인 野
안철수 후보가 4·24 서울 노원병 보궐 선거 승리로 화려하게 국회에 입성했다.
이로써 작년 대선 때 야권 단일후보 자리를 양보하며 대권의 꿈을 접어야 했던 '정치인 안철수'는 일단 새로운 출발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그의 여의도 진출은 단순히 범야권의 잠재적인 유력 차기 대권주자로 정치권에 재등장했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야권 지형을 뒤흔들 '태풍의 눈'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새 정치'에 대한 열망을 품은 이른바 '안풍'(安風·안철수 바람)의 여의도 상륙은 제1 야당인 민주통합당 중심으로 짜여졌던 기존 야권 판도의 재편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야권의 맏형인 민주당이 아직까지도 대선패배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주류-비주류간의 해묵은 계파갈등으로 정권탈환의 희망을 주지 못하는 현실은 반여(反與)민심이 민주당을 이탈, 안 의원으로 향하도록 하는 원심력을 높여주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의 시선은 범야권의 또다른 한 축으로 떠오른 안 의원이 그간의 '안개행보'를 거두고 어떠한 선택을 할지에 온통 쏠려 있다.
안 의원은 그동안 ▲신당 창당 ▲민주당 입당 ▲무소속 유지 등 세 갈래의 정치행보를 모두 선택 가능한 '경우의 수'로 열어둬왔다.
정치적 거취에 대한 그의 고민이 깊어갈수록 정치권에선 민주당 입당보다는 독자세력화 시나리오에 무게를 싣고 있다.
안 의원이 당장은 아니더라도 의정활동을 통해 현실정치에 적응해가면서 보폭을넓혀 10월 재·보선을 전후로 지지세력을 조직화·세력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민주당과의 연대나 입당은 이런 실험적 시도를 해본 뒤 생각해볼 대안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선 안 의원이 세력화에 나설 경우 정당의 형태보다는 가칭 '새정치연구소'와 같은 정치연구단체를 징검다리로 삼아 몸불리기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신당 창당이라는 무모한 실험 대신에 일종의 '돌다리 두드리기 전략'이다.
하지만 이것 만으로도 '안철수발 정계개편'의 서막이 오르는 것이다.
안 의원은 기존 정치와 차별화되는 새정치를 기치로 먼저 야권내 동조세력을 규합해 나갈 것으로 예상되며 그 과정에 민주당과의 선명성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풍'의 파괴력은 '정치인 안철수'가 보여줄 새 정치의 모습과 리더십, 민주당의 혁신 여부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이 여의도 정치에서 '새 정치'의 결실을 일궈내거나 민주당이 5.4전당대회 이후에도 주류-비주류간 갈등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안철수의 정치실험'은 한층 탄력을 받으면서 야권의 분화로 이어지게 될 공산이 크다.
이런 야권의 지각변동이 시작되면 '안철수 쏠림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민주당으로선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 휩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된다면 여권까지도 정치권 새판짜기의 영향권에 접어들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벌써부터 야권 민심의 풍향계로 불리는 호남을 중심으로 안 의원의 새로운 도전에서 대안을 찾으려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물론 반대의 경우라면 '안풍'은 '찻잔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다. 특히 지난 대선때 보여준 안 의원의 '결단력 부족' 논란은 그의 앞길에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할수도 있다.
민주당 일각에선 벌써부터 안 의원의 정치적 파괴력에 대해 "300분의 1에 그칠 것", "제2의 문국현이 될 것"이라며 평가절하하는 시각도 있다.
어쨌든 안 의원이 가까운 시일내 민주당 입당을 선택하지 않는 한, 당분간 양측은 경쟁관계를 이루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야권은 거대여당과 맞서 싸워야 한다는 점에서 협력적 경쟁관계가 될 가능성도 있지만 한쪽이 커지면 다른 한쪽은 위축되는 '제로섬의 관계'가 될 수도 있다.
그 시험대가 빠르면 10월 재·보선, 늦으면 내년 6월 지방선거라는 관측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