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문화·재배치' 3종 처방, 어둠의 거리에 햇살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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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성화 비결 살펴보니…

수년 간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시설이 현대화된 부산 중구 남포지하도상가가 15일 쇼핑객들로 붐비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인천시는 지난 6월 '인천 지하도상가 활성화 방안' 최종 연구용역을 내놓았다. 이 용역보고서는 부산 중구 남포·광복·국제지하도상가 등 부산지역 지하도상가의 활성화 사례를 벤치마킹했다. 연구용역을 주도한 ㈜델코리얼티그룹은 △지속적인 시설 현대화 투자 △집객 효과가 큰 상설 문화공간과 행사 △전략적 상가 재배치 등을 부산 지하도상가들의 부활 비결로 분석했다.

시설공단 수십억 원 투입
'남포·광복' 백화점급 변신

행인들 외면 받던 '국제'
미술거리 꾸며 관광명소로

업종별 점포 재배치 '덕천'
북구 최고 번화가로 명성

■ 백화점 방불케 하는 시설


부산 중구 부산도시철도 1호선 남포동역을 빠져 나오면 곧장 펼쳐지는 광복·남포지하도상가의 시설은 백화점을 방불케 한다. 롯데백화점 광복점 지하 1층과 연결된 광복지하도상가는 둥근 아치 모양의 천장과 절묘한 조명 배치로 이색적인 공간 감각을 연출한다. 지하보도 양 옆으로 도열한 점포들의 간판도 세련됐다. 종전에 들쭉날쭉했던 크기와 색깔의 간판들이 지하도상가의 전체 이미지를 형성하도록 통일된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이곳의 화장실도 깨끗하게 정비됐다. 서민 상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무질서한 상품 진열 모습도 이제 찾아 볼 수 없다. 때문에 보행로가 넓어졌다. 무엇보다 냉난방 및 환기시설이 현대화돼 지하도상가의 최대 약점인 실내 공기 문제가 해결됐다.

시민들의 휴식·편의공간도 넓고 다양하다. 광복지하도상가를 걷다보면 곳곳에 세련된 디자인의 벤치가 설치돼 쉼터 역할을 한다. 롯데백화점 지하 1층으로 연결되는 공간은 아예 분수대를 없애고 중앙광장을 조성했다. 한때 노숙자들이 더위나 추위를 피해 몰려들었던 곳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들이 붐비는 공간으로 정비됐다.

이 같은 광복·남포지하도상가의 현대화는 2008년 7월부터 시작됐다. 20년간 지하도상가 무상사용 기간이 끝나면서 민간 사업자들로부터 관리권을 넘겨받은 부산시설공단이 투자를 본격화한 것. 시설공단은 2008년 21억여 원을 들여 급수배관과 에스컬레이터 설치에 착수한 이후 매년 13억 원 이상을 시설현대화에 투자했다. 올해도 19억여 원을 투입, 남포지하도상가의 보일러와 공조설비 등을 교체하고 있다. 광복지하도상가의 경우 상설전시장이 조성돼 있으며, 조명설비 개선작업이 진행 중이다.


■ 유동인구 빨아들이는 문화행사

부산 중구 신창동 국제지하도상가는 슬럼화돼 가던 상가에 문화를 접목해 부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제지하도상가는 한때 두 곳 건너 한 점포가 비었을 정도로 침체일로였다. 특히 다른 지하도상가와 달리 도시철도 역을 끼고 개발된 것이 아니어서 유동인구마저 턱없이 적었다.

이 상가는 위기를 '미술의 거리' 조성을 통해 벗어났다.

그동안 공예·공방·사진 분야 등의 예술가와 작가들을 유치하고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상설전시하고 있다. 입점 예술가들의 전시공간 마련을 위해 점포 6개를 연결, 공동 전시장을 만들기도 했다. 이런 노력으로 예술가들의 입점율이 전체 점포 120개 중 60%를 넘어서면서 상가를 넘어 문화예술공간으로 진화했다. 이로써 국제지하도상가는 내·외국인 관광객들이 필수적으로 둘러보는 관광명소로 거듭나게 됐다.

광복·남포지하도상가도 문화를 통해 상가 활성화를 견인하고 있다. 광복지하도상가 상인회는 지난해 12월 회화와 공예 등 다양한 예술활동을 하는 '모이다아트작가회'와 협약을 체결해 매주 금요일 '아트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아트마켓에서는 예술작품 감상 뿐만 아니라 작가와 함께 작품을 만드는 체험활동도 할 수 있다. 광복지하도상가는 상설화된 문화공간을 관광상품화해 고객들을 유도하고 있다. 최근 붐이 일고 있는 크루즈 관광객들을 상대로 관광상품을 만들어 여행객을 유인하고 있는 것이다.


■ 전략적 상가 재배치

2008년 7월 개장한 부산 북구 도시철도 3호선 덕천역~숙등역 간 지하도상가의 성공 비결은 절묘한 상가구성 전략이 먹혔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오픈 이전부터 다양한 의류 브랜드를 가진 E사에 공을 들여 이 회사가 보유한 브랜드를 모두 입점시킨 것이다. 질좋은 브랜드 제품을 원스톱으로 모두 구매할 수 있는 쇼핑공간이 생겨 고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이 지하도상가는 점포세가 싸기 때문에 지상의 상가들보다 저렴한 가격에 동일한 품질의 제품을 판매할 수 있었다. 당연히 고객들이 몰려들었고, 지하도상가는 빈 가게를 찾기가 어렵게 됐다.

광복지하도상가는 그동안 지상 상권과 시너지 효과를 노린 매장구성 전략을 시도했다. 20개 점포를 블록화해 IT(정보기술) 관련 업종을 집중적으로 유치하기 시작했다. 지상 상가에 밀집한 컴퓨터 도매상들의 후광효과를 노린 전략이었다. 지상 상가에 비해 점포세도 싸다보니 컴퓨터, 핸드폰, 게임기, 카메라 등을 파는 점포를 점진적으로 유치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아직 '절반의 성공'이란 평가지만 지하도상가의 활성화 전략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국제지하도상가는 기존 점포들을 집적화해 특화한 경우다. 상가 곳곳에 난립해 있던 커튼 상가들을 한데 모아 밀집시키고 상설전시장을 만들어 명물화시켜 성공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부산시설공단 이권희 지하도상가관리소장은 "부산지역 지하도상가는 지상의 상가는 물론 유동인구의 특성을 면밀히 분석하고 고려해 매장을 구성해야 지하라는 불리한 여건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국·변현철 기자 gook7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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