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부산패션위크 결산] 정통 패션쇼에 상업적 재미 결합… 대중성 얻고 정체성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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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13부산패션위크'의 '부산 프레타포르테'에서 지난 14일 디자이너 브랜드 6개가 연합해 선보인 '브랜드연합쇼'의 피날레. 강선배 기자 ksun@

부산시가 주최하고 부산경제진흥원이 주관한 '2013부산패션위크'가 사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지난 16일 폐막했다. 패션쇼 '부산 프레타포르테'와 전시회 '부산국제섬유패션전시회'를 통합해 새 이름으로 첫 출발한 올해 행사에서는 지역 기업의 참여와 다양한 볼거리가 호평을 받았다. 반면 정통 패션쇼와 엔터테인먼트, 상업적 브랜드쇼가 뒤섞여 행사의 정체성이 모호해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부산 프레타포르테 컬렉션 결산

부산 프레타포르테에서는 사흘간 총 15회의 쇼가 진행돼 모두 1만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주말을 포함한 4일 동안 12개 디자이너팀과 부산대학패션페스티벌 9개 대학팀이 섰던 지난해 행사와 비교해도 늘어난 숫자다. 사흘 모두 주중 평일이었던 걸 고려하면 관객 동원에서는 선방했다는 평가다.

총 15회 쇼 진행 1만여 관람객 찾아
세정 등 지역 기업 무대 긍정적 평가
6개 신진 브랜드 연합쇼 박수 갈채
'후쿠오카컬렉션' 초청 반응 엇갈려
바이어 참석 '교류의 밤' 개최 의견도


공통적으로 드러난 경향은 볼거리의 확대였다. 올해 행사 홍보대사였던 신인 어쿠스틱 듀오와 걸그룹이 14일 브랜드연합쇼 사이에 런웨이에서 공연했고, 15일 안소니앤테스 쇼는 춤 경연 프로그램 '댄싱9'에 출연했던 모델 최한빛의 춤으로 무대를 달구었다. 부산의 주름옷 브랜드 플리츠미도 부산대 무용학과 무용수들과 퍼포먼스를 결합한 무대를 선보였다.

특히 첫날 마지막 무대를 가진 '후쿠오카컬렉션(FACo·아래 파코) 인 부산' 쇼는 걸그룹 씨스타와 일본 후쿠오카 아이돌 그룹 린쿠, 모델 겸 가수 하루나 아이의 노래 공연과 게임, 애니메이션 영상, 런웨이에서 객석으로 경품을 던져주는 이벤트 등으로 입석까지 가득 메운 1천200여 명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올해 처음 전시회에 참가한 지역 대표 기업 세정은 두 번의 프레타포르테 무대를 할당받고, 대표 브랜드 '올리비아로렌'뿐아니라 올해 신규 론칭한 여성 글램핑 아웃도어 브랜드 '비비올리비아'의 가을/겨울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선보여 관객과 기업 모두 흡족했다는 게 중론이다.

연합쇼나 협동조합의 형태로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소개한 것도 올해 프레타포르테의 가장 의미있는 시도 중 하나였다. 단독 쇼를 갖기 부담스러운 1인 기업이나 신진 브랜드 6개가 자신의 컬렉션을 차례로 선보인 14일의 브랜드연합쇼, 부산의 젊은 디자이너 5명이 협동조합의 이름으로 통일된 콘셉트의 무대를 보여준 16일의 '12935' 쇼는 관객과 바이어 모두에게 호평을 받았다. 

부산의 젊은 디자이너 협동조합 '12935' 컬렉션, '플리츠미' 컬렉션, '파코 인 부산' 무대(왼쪽부터). 강선배 기자 ksun@ 일부 부산패션위크사무국 제공
중견 디자이너의 정통 쇼는 프레타포르테의 무게 중심을 잡았다. 박항치와 강희숙은 관록 있는 무대를 보여주었고, 부산 패션계를 대표하는 이미경 부산패션섬유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여성스러움을 강조한 2014 봄/여름 컬렉션을 올렸다. 올해 두번째로 참가한 김여경(와이케이) 디자이너의 무대는 흑과 백을 기조로 사선과 세로 줄, 체크로 변주되는 리듬감과 구조적인 실루엣의 패턴이 돋보였다. 첫 참가였던 이화숙(애니) 디자이너는 파워풀한 슈트와 레오파드 패턴으로 화려함을 강조했다.

■대중성은 합격점, 색깔 찾기는 과제

브랜드 기성복 쇼와 볼거리의 확대는 관객들이 프레타포르테를 좀 더 친숙하게 느끼게 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부산 프레타포르테가 고수해왔던 정통 디자이너 쇼와 전시회 참가 업체를 배려한 브랜드 쇼가 뒤섞이면서 '부산패션위크'의 정체성을 모르겠다는 평가도 나왔다. 특히 '파코 인 부산' 무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50대 관람객 김정자, 김종숙 씨는 "지인의 초대로 '파코 인 부산'에 와서 패션쇼를 처음 봤는데, 난해한 옷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입을 수 있는 옷을 재미있게 보여줘서 앞으로는 패션쇼가 있다고 하면 또 보러 오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브니엘예고 2학년 이주현, 반선정 학생도 "패션쇼라고 해서 모델이 워킹만 하는 줄 알았는데, 연예인의 춤 공연 등이 있어서 같이 즐길 수 있는 게 좋았다"고 말했다. 
김여경 디자이너 컬렉션. 강선배 기자 ksun@
반면 10~20대를 주 타깃으로 한 걸즈 컬렉션이자 미용 식품부터 트랙터까지 다양한 기업의 후원을 받는 '파코'의 성격이 다른 행사들과 동떨어졌다는 인상도 강했다. 동명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 2학년 김효진, 진혜리 씨는 "소개된 옷들의 타깃이 너무 어려보여서 우리의 트렌드에 맞지 않았고, 공연이나 무대 구성의 정서도 한국과 달라 약간 우스꽝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국제 컬렉션이자 외자 유치 등의 명분으로 파코에 행사 지원과 마케팅이 집중되면서 다른 쇼 참가자들이 소외감을 느끼기도 했다.

프레타포르테에 참가한 한 디자이너는 "리허설 시간도 예고 없이 뒤로 밀리는 등 파코의 들러리가 된 기분이었다"며 "우리끼리는 '부산패션위크'가 아니라 '부산파코위크'라는 자조섞인 이야기까지 나왔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미경 이사장도 "부산경제진흥원이 행사의 구성을 다채롭게 하려는 시도로 파코를 초대한 것은 좋았는데, 너무 정신없었다는 평가가 들리더라"고 전했다.

바이어들의 구매 상담은 중소 규모의 기성 브랜드보다는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에 집중됐다. 플리츠미 고은석 대표는 "백화점 입점 브랜드 입장에서는 해외 바이어들의 구매 상담을 기대했는데, 일부 원단 구매 문의 외에는 이렇다할 성과가 없었다"며 "산업적 효과를 위해서는 바이어들이 참석하는 교류의 밤 같은 행사가 더 실속있지 않을까 하는 의견도 전달했다"고 말했다.

반면 '12935' 협동조합 초대 이사장인 조하나 디자이너의 승마복 브랜드 '포일'은 지난 16일 중국의 한 바이어와 20만 달러 규모의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부산의 맞춤복 브랜드 '소피앤테일러'와 1인 디자이너 업체의 수제 가방 브랜드 '도선디자인'도 브랜드연합쇼를 눈여겨본 국내외 바이어들로부터 백화점 팝업 매장 입점, 인도 등 해외 수출을 위한 대량 생산 가능성 등 상담이 쇄도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부산국제신발전시회 등과 함께 '부산국제신발섬유패션전시회'라는 이름으로 행사장을 공유하면서 보다 세분화된 행사 구성과 관객 타깃 마케팅이 아쉬웠다는 지적도 나왔다. 브랜드연합쇼에 참가한 한 디자이너 브랜드는 벡스코 광장에 마련된 오픈마켓에 참가했다가 기성 아웃도어 브랜드 위주의 행사 분위기가 맞지 않다고 보고 하루 만에 판매 공간을 철수하기도 했다.

부산경제진흥원 김재갑 지식서비스산업지원센터장은 "다양한 볼거리를 도입하고, 지역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내 관객 참가가 늘었고, 다른 지역 기업의 내년 행사 참가 문의도 있었다"며 "정통 쇼의 성격을 버리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부산의 패션시장 구조와 특성을 반영해 브랜드쇼와 볼거리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보다 다양한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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