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0분 가을 햇볕, 보약이 따로 없다

'봄볕엔 며느리 내보내고 가을볕엔 딸 내보낸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가을볕이 좋다는 이야기인데, 실제로 그럴까? 요즘엔 자외선으로 인한 피부 손상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데, 가능하면 햇볕은 피하는 게 좋지 않을까? 청명한 하늘에 볕 좋은 요즘 그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을 햇볕, 쬐어야 하는 걸까 말아야 하는 걸까? 부산대병원 피부과 김원정 교수에게 자문했다.
자외선 양 상대적으로 적어
봄 햇볕보다 피부 노화 덜 촉진
비타민D 공급, 적당히 쬐면 약
면역력 높이고 골다공증 예방
심혈관 질환·유방암 발병 줄여
■햇빛은 건강의 적?
특히 여성들, 햇빛을 무슨 호환마마 보듯 한다. 햇빛 속 자외선이 피부 노화, 심하면 피부암까지 일으킨다는 생각에서다. 햇빛은 건강에 적이라는 것이다. 전혀 틀린 생각은 아니지만 온전히 옳은 것도 아니다.
3년째 자전거에 취미를 붙이고 있는 이재현(45) 씨. 요즘처럼 선선한 바람이 불 때 가을 햇살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그런데 최근 문득 깨달았다. 환절기마다 달고 다니던 감기가 언제부턴가 사라진 것이다. 이 씨는 그게 햇볕 때문이라고 확신한다. 자전거를 통한 운동도 운동이지만 햇볕에 자신의 면역력이 커졌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실제로 햇빛과 건강은 어떤 상관관계에 있을까? 김 교수의 설명은 진중하다.
"햇빛은 기본적으로 대기권의 온도를 유지해 생명체가 살아갈 환경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요소입니다.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생명의 근원인 에너지를 생성하고, 인간은 피부를 통해 햇빛을 받아들인 뒤 비타민D를 합성합니다. 비타민D는 체내에서 칼슘의 흡수를 돕고, 인슐린의 분비를 촉진하며, 근육의 형성을 돕거나 혈압 조절 및 면역계에도 관여합니다. 사람 몸속에는 비타민D가 30~50ng/㎖(㎖당 나노그램) 정도 있어야 정상입니다. 이보다 모자랄 경우 골다공증과 당뇨, 심혈관계질환, 대장암, 유방암이 발병할 수 있어요."
요컨대 비타민D가 문제다. 우리나라 사람 중 절대 다수가 비타민D 결핍이다. 전체 인구 중 88.2%가 비타민D 결핍이라는 보고도 있다. 대부분 자각하고 있지 못할 뿐이다. 하지만 비타민D 결핍을 병으로 인식해 병원을 찾는 사람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비타민D 결핍증 진료환자는 2007년 1천800여 명에서 2011년 1만 6천여 명으로 5년 새 9배가량 증가했고, 추세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왜 그럴까? 햇볕을 안쬐기 때문이다. 애들은 공부한다고, 어른들은 직장일로 주로 건물 안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낸다. 잠시라도 밖에 나가려고 하면 자외선 차단제를 듬뿍 바른다. 햇볕을 쬘 겨를이 없는 것이다. 햇볕은 건강에 적이 아니라 오히려 강력한 원군인데도 말이다.
■봄볕보다 가을볕?
미운 며느리는 봄볕, 예쁜 딸은 가을볕이라는데, 왜 가을볕이 좋다는 걸까? 햇빛 자체는 봄과 가을에 다를 까닭이 없다. 하지만 계절에 따른 자외선 양의 추세는 있다.
자외선은 파장의 길이에 따라 A, B, C 세 가지로 나뉜다. 자외선C는 대기의 오존층에서 차단된다. 자외선A와 자외선B가 사람 피부에 닿는다. 피부 노화의 주범은 자외선A다. 자외선B는 비타민D의 생성에 관여하지만, 과다하게 쪼이면 역시 일광화상이나 염증 등 피부 노화의 원인이 된다. 이런 자외선은 여름에 절정을 이룬다.
봄에는 점점 자외선 양이 늘어나서 피부 노화의 가능성이 커지고, 반대로 가을에는 점점 자외선 양이 줄어 피부 노화의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봄보다 가을에 햇볕을 자주 쬐라는 것은 그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