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 이유] "소외된 이웃·억압받는 생명에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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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 대상이 된 열여섯 소설가의 장편과 중단편집은 능란한 서술, 주제를 탐문하는 방식의 진지함, 구체적 삶에 대한 철두철미한 인식 등으로 현금의 작단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게 하였다. 확실히 지난 세기의 치열했던 현실인식은 어느 정도 퇴조하였고 지적이고 정교한 서술이 두드러졌다. 때론 일상의 이면을 파고들면서 삶의 불가사의에 의문을 던지고 존재와 형이상의 문제를 끈질기게 성찰하는 노력들이 없지 않았다. 나아가 지난 한 시대의 사건들을 되새겨 초점화하거나 스케일을 지닌 벽화를 그리려는 의도도 관심을 이끌었다.

그럼에도 진지하지만 만들어진 서술이 주는 재미는 마침내 그것이 초치하는 공허감을 넘어서지 못했다. 기존 소설 형식의 종언이 아니라 구체적 삶의 진실에 육박하는 글쓰기가 다시 토론의 대상이 된 것은 요산 김정한의 문학을 확산한다는 차원에서도 당연한 일이 아닌가 한다. 이는 그가 살아온 20세기의 고난의 서사로 회귀하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가 그토록 눈을 떼지 못한 현실이 여전히 문제적이라는 인식과 연관된다.

그래서 우리는 소외된 이웃이나 억압받는 생명에 따스한 눈길을 던지는 작가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산의 고통이나 속악해지는 민중에 대한 한탄도 사소한 주제는 아니다. 그럼에도 높은 도덕적 감각으로 생명과 평화의 세계를 자신의 문학과 삶의 육체가 되게 한 작가를 수상자로 결정하여 상의 전통과 명예를 짐 지게 하였다. 최성각의 생태소설집 '쫓기는 새'를 수상작으로 결정하면서 우리 심사위원회는 그가 이번 수상을 계기로 심기일전하여 한국문학사에 더욱 뚜렷한 궤적을 남겨 줄 것을 기대한다.

제30회 요산문학상 심사위원회(이규정 이복구 조갑상 황국명 구모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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