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옥의 시네마 패션 스토리] 56. 삼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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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모양 반바지, 17세기 고전미에 실용미 가미

루이13세 역의 프레디 폭스 의상. 여성복식을 모방한 그의 의상은 과도한 액세서리와 장식으로 여성복 만큼이나 화려했다. 반바지의 일종인 '랭그라브'는 긴 헝겊조각으로 부풀려 호박 모양의 실루엣을 형성했다. 귀걸이도 돋보인다. 진경옥 제공

1844년 발표된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삼총사'는 1903년 영화로 처음 제작된 이후 110여 년 동안, 영화로 24차례, 만화영화로 8차례, 소설의 속편 영화로 3차례, 그 후속편으로 5차례, 변형된 내용의 영화로 3차례, TV영화로 10차례, 게임으로 4차례, 뮤지컬로 2차례, 만화로 3차례, 관련 영화로 6차례, 도합 68차례 대중문화에 선보이며 끊이지 않는 인기를 과시했다.

17세기 바로크 시대를 조명한 '삼총사'는 프랑스 루이 13세 시대를 배경으로 주인공 달타냥과 3명의 호걸이 권세와 음모에 대항하는 종횡무진 활약상을 그렸다. 여기서 소개할 것은 3D 영화인 '삼총사3D'(2011)다. 3D인 만큼 미술 부문이 매우 화려하다.

17세기 바로크 양식이 그대로 살아 숨쉬는 독일 뮌헨의 레지덴츠 궁전, 17세기 고전미와 현대미가 결합된 의상 디자인, 시대를 뛰어넘는 최첨단 기술로 제작된 비행선 전투 장면 등이 이채롭다. 여기에 최강의 적인 추기경(크리스토프 왈츠), 버킹엄 공작(올랜도 블룸), 스파이 밀라디(밀라 요보비치), 그리고 이들에 맞서는 전설의 삼총사인 아토스(매튜 맥퍼딘), 프로토스(레이 스티븐슨), 아라미스(루크 에반스)와 달타냥(로건 레먼)의 대결이 흥미롭다.

영화가 시대극일 경우, 통상 의상의 비중이 70∼80%를 차지한다. 그만큼 시대상을 드러내는데 의상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 영화에서 프랑스 최고의 의상 디자이너인 피에르 이브스 게이로드는 폴 W S 앤더슨 감독과 수십 차례 회의를 가졌다.

폴 감독은 당초 전통적인 것보다 로커 같은 현대풍의 의상을 선호했다. 특히 밀라디와 삼총사의 의상에 대해 더욱 그랬다. 그러나 게이로드의 의견을 받아들여 현대풍도, 17세기풍도 아닌, 독특한 스타일을 영화에 녹여 냈다. 즉, 목선을 아주 깊게 파고 코르셋 볼륨을 대폭 키워 고전적이면서도 섹시한 아름다움을 의상에서 추구했다. 스커트 윗부분도 엉덩이 아래에 걸쳐 허리와 엉덩이선을 강조했다.

참고로 17세기는 군왕이 주도하는 절대주의 시대였다. 보수적인 기독교 지배에서 막 벗어나 자유, 평등, 박애와 같은 개념이 중시됐다. 그럼에도 이 무렵의 여성 패션은 창백한 얼굴과 가슴, 그리고 깊게 팬 목선과 2∼3개의 레이스 장식이 달린 스커트를 겹쳐 입는 의상이 유행이었다. 전체적으로 섹시한 것과 거리가 멀었다는 얘기다.

남성복은 현대적 스타일을 추구하면서도 전통적인 기준을 따랐다. 특히 롱부츠와 통 넓은 바지, 항공점퍼가 다 그랬다. 사실 루이 13세 때 남성복식은 여성복식을 모방하는 취향이 있었다. 이 시기의 남성복은 코트, 웨이스트코트, 반바지 등 3부문으로 구성됐던 것이다. 과도한 루프와 레이스 자수 장식은 남성복을 경박하게 보이도록 하는 측면도 있었지만 여성스럽고 화려한 이미지도 강했다. 특히 네덜란드의 실용적인 영향을 받은 '랭그라브'는 반바지의 일종으로 긴 헝겊조각을 부풀려 호박 모양의 실루엣을 만들어 냈다.

영화에서 달타냥과 삼총사는 록스타를 연상하게 하는 스페인제 가죽 의상으로 남성적 매력을 발산했다. 풍성한 흰색 리넨 셔츠 위에 타이트한 소매, 패딩된 가죽 더블릿(14~17세기 남성이 입은 짧고 꼭 끼는 상의), 롱부츠로 기사 스타일을 확립한 것이다. kojin1231@naver.com


진경옥

동명대 패션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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