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회 요산문학상-선정 이유] "격변기 갑남을녀 삶을 입체적으로 조각"
심사위원들은 요산문학상의 취지와 의의를 확인하면서 요산의 비판적 문학 정신이 새로운 내용과 형식으로 계승·확대돼야 한다는 데 뜻을 함께했다. 요산 문학정신의 핵심이 고루하고 교조적인 온갖 것을 경계하고 비판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최종심에 오른 작품들 모두 남다른 장점과 미덕을 갖추고 있었기에 매우 치열하고 긴 논의를 거쳤고, 논의의 결과 심사위원 전원은 성석제의 '투명인간'을 제31회 요산문학상 수상작으로 결정하는 데 동의했다.
성석제는 등단 후 지금까지 소설에 관한 기성관념뿐 아니라 편협한 사고체계나 획일적인 권위에 도전하고, 일상적 다채로운 삶에 놓인 불완전한 인간을 따뜻한 시선으로 포착해 왔다. 이러한 태도와 시선은 '투명인간'에서도 확연하다. 이 장편소설은 김만수 일가를 동심원으로 삼고 근대화 과정의 한국사회 전체를 세밀한 필치와 넓은 화각으로 담아낸다. 근대화의 들러리로 무참하게 짓밟힌 인물뿐 아니라 뒤틀린 부러움 때문에 권력과 자본에 무릎을 꿇은 인물에게도 각자의 목소리와 운명을 부여한다. 이로써 정치·경제사의 여러 만곡점을 온몸으로 겪어 낸 갑남을녀의 삶을 입체적으로 조각해 낸다. 여기에 이 장편소설이 거둔 큰 성과가 있다. 이런 결실을 얻는 데 큰 몫을 한 것은 다양한 초점 화자들의 길항하는 시선을 대화 관계에 두는 수법이다. 대화적 시선을 통해 작가는 순진한 삶과 왜곡된 욕망을 교차시키고 그 파문을 날카롭고 해학적인 붓끝으로 형상화한다. 굴곡진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순적 인간의 비애를 담아낸 요산의 문학처럼, 삶에 관한 순진성을 잃어버린 우리로 하여금 지난 세월을 반성적으로 돌아보게 한다는 점도 '투명인간'의 중요한 미덕이라 할 만하다. 수상자에게 기쁨을 전한다.
제31회 요산문학상 심사위원회
(김중하 이규정 조갑상 남송우 황국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