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옥의 시네마 패션 스토리] 73. 이유 없는 반항
'원조 반항아' 제임스 딘의 '이유 있는' 스타일
청바지, 흰 티셔츠, 빨간 재킷을 입은 제임스 딘은 당대 청춘의 아이콘이며 패션의 아이콘이다. 진경옥 제공1950년대만 해도 새로운 사회현상처럼 여겨졌던 '청소년 비행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니콜라스 레이 감독의 1955년 영화 '이유 없는 반항'은 당대 최고의 걸작이자 청춘영화의 아이콘이었다.
또 주연배우 제임스 딘은 세계대전 후 미국의 풍요로운 물질 환경 속에서 보수화된 기성 질서에 반발해 저항적인 문화와 기행을 추구했던 젊은 세대를 대표했다.
특히 그는 청바지 하나로 반항적이고 고독한 청춘의 이미지를 쌓아 당시 청춘의 우상이 됐다. 이후 청바지는 젊은 세대의 반항적 이미지와 결합해 남성적인 성 정체성을 상징하는 청년문화 이미지로 전파됐다.
이 시기의 사회학자들은 청바지를 사회현상, 남성 상징의 옷, 젊은이의 반항을 상징하는 코드로 분석했다. 청바지 문화의 전파에는 할리우드 영화라는 침투력이 강한 매체의 역할도 컸다.
10대들은 '이유 없는 반항'에 나온 블루진 위에 흰 티셔츠와 빨간 점퍼를 걸친 제임스 딘의 모습에 열광했고 영화 상영 후 청바지는 폭발적으로 유행했다. 그중에서도 제임스 딘이 입은 'Lee' 브랜드의 'Lee 101 Riders 청바지'는 '인디고 블루' 색상을 영원한 패션의 심벌로 만들어 놓았다. 그가 흰 티셔츠 위에 걸친 빨간 재킷도 인기가 대단했다. 미국의 거의 모든 고등학교 학생들이 마치 교복처럼 입을 정도였다.
영화는 처음에 흑백으로 기획됐다. 하지만 니콜라스 레이 감독이 표현주의적인 느낌의 붉은 색조로 청소년기의 열광적인 성격을 환기시키자며 컬러로 변경했다.
그는 색상의 상징적 의미에 대해 심취하여 캐릭터마다 제각기 다른 컬러 코드를 부여했다.
주디 역의 내털리 우드의 색상 코드는 빨강과 핑크, 버즈 역의 코리 알렌은 노랑과 오렌지, 플라토 역의 살 미네오는 검정과 파랑, 짐 역의 제임스 딘은 빨강이었다.
제임스 딘 스타일은 시대의 젊은 문화를 그대로 표현한 단순하고 실용적인 의상이다. 지나치게 멋을 부리지 않았다. 액세서리나 모자도 착용하지 않은 미니멀 패션이기도 하다.
최근 패션 잡지 '에스콰이어'는 모든 세대를 통틀어 가장 멋진 의상 75벌 중에 제임스 딘의 빨간 재킷과 청바지를 올렸다.
제임스 딘의 스타일은 60년이 지난 현대의 캣워크에도 영향을 줬다. 마이클 배스티안은 지난 2012년 봄/여름 패션쇼에서 제임스 딘의 청바지와 흰 티셔츠, 빨간 재킷이 조합된 스타일을 새롭게 표현해 주목 받았다.
제임스 딘의 빨간 재킷은 품이 넓은 항공 점퍼 스타일인데, 배스티안은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1950년대 스타일에 변형을 준 것이다.
즉, 눈에 띄는 색상과 심플한 실루엣은 그대로 둔 채 품을 줄이고 어깨에 견장을 추가해 힘 있는 모습으로 바꿨다. 또 잘 닦인 로퍼(가죽으로 된 끈 없는 구두)로 코디를 마무리했다.
재미있는 일화 하나.
제임스 딘의 의상에 대해 영화감독인 레이와 의상 감독인 모스 메이브리가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것.
레이는 빨간 재킷이 바라큐타(1950년대 영국 대표 브랜드) 것으로 그가 직접 남성복 매장에서 구했다고 주장하는데, 메이브리는 길거리를 지나다가 빨간 재킷을 입은 남성을 보고 곧바로 디자인해서 제작했다는 것이다. kojin1231@naver.com 
진경옥
동명대 패션디자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