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 지역 서동에 퍼지는 '문화·예술 향기'
부산의 대표적 소외 지역 중 하나인 금정구 서동에 예술인 창작공간이 잇따라 문을 여는 등 문화·예술 중심지로 변모하고 있다.
'섯골문화예술촌' 오늘 개소
분야별 작가 5개 팀 입주 활동
상인 인터넷 방송도 내달 개국
지난 15일 낮 서동미로시장 인근 한 골목길. 다닥다닥 붙은 주택들 사이로 유난히 알록달록한 색깔의 집 한 채가 눈에 들어왔다. 낮은 나무 대문 옆에는 '섯골문화예술촌'이란 문패가 걸렸다. 20일 개소식을 갖는 예술인 창작공간이다. 금정구는 지난해 비어 있던 2층 주택을 사들여 최근 문화공간으로 새단장을 마쳤다. 이 곳은 예술인들이 개인 작업 공간으로 쓰는 여느 레지던시와 달리 입주 작가와 주민들간 교류가 활발하다. 공식 개소 전이지만 주민 대상 예술 교실이 이미 문을 열었고 강좌당 20여 명씩 참여해 예술혼을 불태우고 있다.
예술촌 작가들은 인근 서동미로시장과 연계한 공공미술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다. 시설 현대화 공사가 마무리되기 전 시장에 남아있는 옛 모습과 주민들의 삶을 기록하는 작업이다.
부산의 대표적인 정책 이주촌인 서동은 한때 주변 금사공단과 함께 활기를 띄기도 했지만, 공단이 쇠퇴면서 이내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서동 주민'임을 드러내지 않던 주민들에게 변화가 찾아온 건 지난 2012년. 인근 회센터 건물을 개조한 서동예술창작공간이 문을 열면서부터다.
지난 3년간 예술인 창작공간을 넘어 평생교육관, 영화상영관, 도서관, 갤러리 등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어스 아워(Earth Hour)' 캠페인, 국제 아프리카 영화제 등 주요 행사의 거점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서동의 '조용한 변신'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지난해 중소기업청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선정된 서동 일대 전통시장 3곳은 '서동미로시장'이란 하나의 이름 아래 새롭게 변모 중이다. 앞서 미로시장 축제를 비롯해 주민들이 함께하는 문화벼룩시장, 요리대회 등이 성황리에 열렸다. 상인들이 직접 만드는 인터넷 방송도 1년간 시험 방송을 거쳐 내달 공식 개국을 앞두고 있다.
서동미로시장 육성사업단 단장을 맡고 있는 부산자연예술인협회 성백 대표는 "시장 바닥의 맨홀 뚜껑이나 시멘트 위에 찍힌 발자국 등 오랜 삶의 흔적들도 역사적인가치와 의미가 있다"며 "주민과 상인이 주인공이 되어 문화·예술을 통해 자존감을 높이고, 시장도 활성화하는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대진 기자 djrhee@